※ 니코마키 11살 나이차이나는 패러디 팬픽
[Are you ready?]
작가센세 : 90 (http://www.pixiv.net/member.php?id=2252227)
지금부터 도전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10년 전부터 쭉 도전자야.
10년이나 기다리게 했으니까, 빨리 내 연인이 되지 않을래?
빨리, 있잖아, 준비는 됐어? 니코쨩.
작고, 작은 손바닥의 부드러운 감촉을 기억하고 있다.
따뜻하고, 세게 꽉 쥐면 부러져 버릴 것만 같은, 약한.
울보에, 솔직하지도 않고, 조금 성가시고 포기할줄 모르는 니코의 자그마한 보물.
결혼하고 싶다든지 여러 말을 해서
연인후보니까 좀 더 힘내!, 라고 말했더니 엄청 화냈지. 재밌었어.
그때, 그날, 그녀와 함께 지낸 날들은, 희미해지지 않는다.
니코의 소중한 보물.
오렌지색의 네온거리.
머나먼 하늘, 도쿄의 하늘. 연말에 하는 잔업. 녹초가 된 마음과 정장.
매년 이맘때는, 정시를 2시간 넘긴 퇴근길.
정말, 익숙해졌지만 역시 바쁜건 힘들어.
「이제, 올해도 가는구나.」
현란한 간판이 빛나는 거리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홀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아아, 이정도로 도쿄의 하늘은 탁했었나.
벌써 몇년이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줄어들었구나.
「뭘, 감상적이게 된거야. 니코는.」
자신을 타이르며, 정기권을 가방에서 꺼내, 전차에 올라탄다.
전차가 열리는 소리가, 안심이 된다. 아아, 일 힘들었었구나.
샐러리맨에게 둘러싸이며, 전차에 오르면, 니코도 어른이 되었구나, 라니 이상하게 실감이 간다.
전문대를 나와서 직장 여성이 된 니코. 동경하는 아이돌과는 좀 먼 세계에 속해져 버렸다.
뭐, 이게 현실히고, 지금은 나름대로 즐겁게 하고 있다.
전차의 창문에 비치는 니코의 얼굴. 아아, 27살이니까, 좀 어른스러워졌으려나?
고등학교 때 하고 다녔던 트윈테일, 가끔 하고 싶다, 라고 멍하니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자주 잡아당겼지?
오른쪽 머리를 잡으며, 그리운 감촉이 생각났다.
『니코쨩, 일로 숙여봐! 멀어!』
『뭐가, 숙였잖아. 이제 됐지?』
『싫어! 안아줘!!』
『아야야야! 잠깐! 니코 머리 잡아당기는거 안된다니깐!!』
아아, 건방졌어. 숙여서 안아주지 않으면 금새 화내서 니코의 머리카락을 잡아당였지.
하지말라고 말하면 재밌어하면서 또 하고.
진짜로 화내면 칭얼대며 울면서, 뒤를 따라와선 미안해요라고 사과하고.
사과할거면 처음부터 하지않으면 될텐데라고 항상 생각했다.
솔직하지 못하구나, 이 아이. 항~상, 니코가 마중나가는거 재미있어했었지.
...잘 지내고 있을까? 마키쨩.
붉은 머리카락에 눈꼬리가 올라간 여자아이. 니코의 11살 어린 이웃인 큰병원의 따님.
니코가 고등학교 때 시작했던 베이비시터 비슷한 것의 상대.
엄마와 아빠가 바쁘니까, 대신 데리러 가서 같이 놀고. 가끔 같이 자고.
1년정도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어.
니코의 뒤를, 계~속 따라오고
빨리 데리러 안오면 화내고. 때론 밤에, 쓸쓸하다면서 엄마의 전화 빌려서 전화도 걸어오고.
솔직하지 못한, 귀엽고 작은 여자 아이.
『니코쨩, 겨, 결혼하자?』
아아, 맞다. 그러고보니 조금 어른스러웠어.
응, 어른스러운 말 했었어. 얼굴, 새빨개져선.
마키쨩이 정말 좋아하는 새빨간 토마토같은 색깔해선, 볼 부풀리면서.
귀여워서, 항상 놀려버렸지. 대답안하고 니코가 껴안으면 금새 또 부루퉁했어.
니코는 고등하교 졸업하고 바로, 전문대에 다니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갔고
그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으니까, 이미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잘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지금즘 뭐하고 있으려나. 확실히 초등학교는 똑똑한 애들 가는 곳에 가버려서
그이후론 정말 못만나게 됐지. 아~아, 그리워라.
어렴풋이 창문에 비치는, 자신과 도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보면, 그때부터 10년정도 지났을라나?
마키쨩, 고등학생? 웃기네. 뭐, 그아이니까, 대단한 미소녀가 되었을지도.
니코한테 한참 멀었지만말야~. 전차의 창문에 비친 자신의 지친 얼굴과 눈이 마주치자, 또 한숨 한번.
오늘은 팩하고 자자. 그러자.
「다녀왔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서, 원룸에게 인사. 지어진지 12년 된 낡지도 새롭지도 않은 니코의 작은 성.
가방을 발밑에 두고, 꼭 낀 힐을 벗었다.
아아, 오늘 다리 부었네. 라고 자신의 발을 체크.
마루에 스타킹너머의 발이 닿아 찬기를 실감했다.
전기를 키고, 정장을 침대에 벗어 던지고, 뛰어들었다. 스프링이 흔들려, 편안하다.
「하아~...힘들었다. 부장님, 너무 부려먹는 거 아냐?」
애초에, 경리는 그닥 니코한테 안맞는 거 같은데.
...뭐어, 오래 했으니까. 괜찮지만말야. 그만둔다해도 어쩔 수 없으니까.
등이 외롭게 빛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하아, 라고 또 한숨.
전문대를 나와서, 직장 여성이 되서, 혼자 살기. ...게다가 남친도 없이 매일 회사만 왕복으로 지냈구나.
「너무 쓸쓸하잖아, 니코의 인생!」
벌떡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머리를 붕붕 흔든다.
아~ 정말, 이렇게 될거였으면, 전문대 때 몇번인가 권유받은 단체 미팅이라도 나갈걸 그랬어.
니코의 귀여움이라면 남친 한둘은 틀림없이 있었을텐데.
여고 다녔고, 전문대 가서, 띠동갑은 넘은 남자밖에 없는 회사에 들어가서...
「혹시, 니코의 청춘 위기인건가?」
오싹하고 등줄기가 떨린다. 난방틀자. 목욕하고 팩하고 자자.
쓸데없는 거 생각하니까, 혼자 산다는 거 싫다.
「응? 폰」
갑자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휴대폰의 액정이 빛났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자
『엄마』 라고 떠있었다. 가끔 하는 생존확인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가급적 건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미소를 만들며 「통화」를 터치했다.
「여보세요. 엄마, 왜?」
『아아, 니코. 잘지내니? 요즘 추우니까 뭐라도 보낼까 해서』
「괜찮아, 가깝잖아. 다음에 갈게」
『그러네. 언제쯤?』
「모르겠는데, 결산 끝나면」
폰을 어깨와 귀로 누르면서 능숙하게 와이셔츠를 벗고, 세탁기를 향해 던진다.
전문대 다닐 때부터 써온 시계줄이 끊어질 것 같은 시계를 풀어 tv 옆에 둔다.
건강한 목소리를 내면서 잔뜩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새, 여러가지를 신경쓰면서 살고있구나, 니코는.
『그러고보니, 오토노키자카 학교에서 노조미가 일한댔지? 요전에 만났어. 연락하니?』
「아아, 보건선생님됐다고 했어. 응, 전에 한번 여기 왔었고, 다음에 만날거야.」
『그래. 뭐라고 노조미가 요전에 말했었는데. 뭐어, 잊어버렸어.』
「에~, 뭐야 그게. 뭐, 상관없지만.」
잠시동안 줄줄 별거아닌 이야기를 하고 엄마와의 통화를 끊고, 탈의실을 향했다.
오늘은 춥지만, 샤워를 하자. 옷을 벗고, 욕실의 문을 연다.
노조미가 오토노키에서 보건선생님한다고 엄마한테 전에 말안했나? 뭐어, 상관없나.
수도꼭지를 바꿔, 차가운 물이 따뜻한 목욕물로 바뀔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아아, 마키쨩하고 자주 목욕했었는데. 「차가워! 니코쨩은 바보야!」라고 몇번이나 들었었지.
샴푸 눈에 들어가면 화내고.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어.
「아~아, 유치원선생님이라도 됐으면 즐거웠으려나?」
많은 추억은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그 가끔씩 보여주는 상냥한 미소.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는 일 쪽이 맞았을지도.
샤워 물줄기를 강하게 해서, 머리에 뿌렸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말자, 내일도 싸워야하니까.
-니코쨩, 결혼하고 싶어-
눈을 감고 목욕물을 뒤집어쓰자 얼굴이 새빨개진 마키쨩이 떠올라선.
그래그래, 마키쨩. 어른이 되면말이야.
10년 지나면~ 프러포즈 받아줄게.
라고, 머릿속에서 언젠가 대답한 자신의 목소리가 재생된다.
피곤할 때는 옛날 생각을 잔뜩한다고 하던데, 진짜였네.
귀여웠던 그 작은 손바닥의 아이.
니코, 잘지내. 그러니까, 잘지내야해, 마키쨩.
이젠, 전혀 만날 수 없게 됐지만.
돌아오는 토요일에 거리로 나갈 때, 오랜만에 트윈테일 해볼까.
라며 샴푸를 손바닥에 뿌렸다.
역시, 시간의 흐름과 결산 시기는 잔혹해.
몸은 우드득, 으~음하고 기지개를 펴도, 피곤함은 풀리지 않는다.
「으아아~ 피곤하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야자와 선배님!」
「고마워... 랄까 네가 실수를 안하면 좋을텐데 말야」
옆에서 맥주를 기쁜듯이 내미는, 생긋생긋 웃고 있는 후배의 얼굴이 밉다.
오늘은 정시에 나올 수 있던, 힘든 일이었다. 지치고, 지쳐서 파김치가 됐다.
그래도 어째선지 이렇게 수고했어, 라며 건배하고 있는건 금요일의 성취감이 그렇게 만드는 거겠지.
하아~ 그건 그렇다치고 지쳤다, 라며 후배와 닭꼬치 먹으며 2시간.
일의 넋두리, 상사의 넋두리 같은거 말하면서 말야.
「그러고 보니 선배는 애인 있어요?」
「풉!! 너 갑자기 뭐야! 그것보다 실수를 반성하라니깐!」
「자~자~. 술자리잖아요! 어때요? 없으면 내일 미팅 어떠신가해서요」
「......없는데. 미, 미팅?」
으으, 익숙하지 않은 그 단어에 말문이 막혀 버린다.
그, 그치만 말야? 미팅이라니? 니코 입장에선 그닥 기회가 없었던건 아니지만, 아닌데?
뭐랄까 그런건, 어때? 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전문대 끝나버려서.
27세, 겨울. 이건 첫 참전해봐야 할때인건가?
「선배만 괜찮으시다면! 내일 3시까지 답장주세요. 선배 인기끌 것 같은데~」
「너 진심으로 하는 소리로 안들린다. 뭐, 뭐~,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아, 역시 애인 없구나, 야자와 선배」
「시끄럿!」
주변에 있던 카시스 우롱을 단번에 들이킨다.
뭐냐고, 나쁘냐? 라고 후배를 노려보자 깔깔거리며 웃음을 샀다.
신경쓰고 있던거 말하지 마! 라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카시스 우롱을 또 시켰다.
정말, 내일 미팅... 뭐, 아직 갈지 안정했지만... 뭐 입고 가지?
「으아, 너무 달렸다」
편의점에서 「마셨으면 마셔두자」가 광고구호인 드링크를 사서 빙빙도는 머리로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본다. 후배의 여파와 1주일동안의 성취감으로 너무 마셔버렸다.
여전히,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라 싫어진다. 니코, 언제부터 별 못봤지?
『별님 보고싶어!』
『니코도, 보고싶다! 언젠가 데려다줘야해』
『...싫어, 니코쨩이 데려다줘. 연상이잖아!』
『네~네~』
으아~, 울것 같아. 머릿속, 작은 추억이 맴돈다.
이상한 어른이 돼버렸네. 27세, 내일 미팅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운명의 사람, 왕자님 같은거 있으려나? 니코를말야, 이렇게 데리러와서말야,
멋있게 껴안아주는 그런 왕자님, 세상에 있긴 해? 게다가 내일 술자리에서 만나는거야?
머리 트윈테일하면 비웃겠지? 아아, 정말! 왜 이런 어른이 돼버린거냐고.
「으~, 토할것 같아. 추워」
가장 가까운 역에서부터 걷는 이 길은 가로등도 별로 없어서
오렌지색의 빛이 드문드문 니코의 작은 성으로 향하는 길을 비춰준다.
이 길을 곧장 걸어가면, 성에 도착하고, 차가운 마루에 다리를 대고
침대에 뛰어들어, 잘 수 있어. 힘내자.
그렇지만, 예상 외로 휘청휘청대는 이 다리는, 가드레일에 부딪치기도 하고 큰일이라
결국엔 쭈그려 않아버렸다. 완전히 너무 마셨어. 마셨으면 마셔두자, 가 아니야.
마시기 전에 마셨어야 하는 거 아냐, 그 드링크
「괜찮아요?」
「...에? 아, 아아, 네」
쭈그려 않아있자, 갑자기 머리 위에서 저음이 떨어졌다.
얼굴을 올려다 보자... 어쩐지 기분나쁘게 웃고 있는 남자가 있고. 니코랑 똑같이 얼굴이 새빨갛다.
우와, 취한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취객한테 잡혀버린건가? 큰일이다, 도망쳐야해.
「괘,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헤헤, 정말로? 나도 지금 꽤 위험한데. 괜찮으면 우리집에서 쉬다갈래?」
가까이 다가오는 얼굴에서 술냄새가 강하게 난다.
몹시 히쭉거리는 얼굴이 짜증나. 팔을 잡혀서, 일으켜 세워졌다.
싫다, 이런거 싫어. 기분나빠. 역겨워, 만지지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로, 2차 가도 되는데. 집에 바래다 줄까? 근데 되게 젊네」
「...괜찮아요.」
「아니아니, 진짜로~」
이자식, 진짜로~밖에 말 못해?
잡은 팔을 놔줬으면 좋겠어서, 팔을 흔들어 도망치려고 하지만
남자의 완력을 이길 수 있을리가 없으니 팔은 잡혀있는 채.
이거말야, 니코, 위기 아냐?
「놔주세요.」
「아니아니, 진짜로~ 바래다 준다니까~? 몇살?」
「27살이요.」
「에, 의외로 나이 먹었네」
시끄러워! 시끄럽고, 짜증나고, 술냄새나! 왜 니코도 정직하게 대답하는건데!!
놔줘! 라고 큰소리를 내고, 취해있어서 그런지 전혀 상대를 해주지 않는다.
큰일이야, 큰일. 어떡하지, 단숨에 술이 깨기 시작했다.
꽈악하고 잡힌 팔에 다시 힘이 들어오자 공포로 바뀐다.
무섭다, 어떡하지, 무서워.
눈을 감고, 다시 한번 큰소리를 낸다.
「놔주세요!!」
무서워, 살려줘... 누가 좀.
꼬옥하고 눈을 감고 몸을 비틀자 잡혔던 팔이 풀려났다.
「아파아파아파!!」
...어?
눈을 뜨자, 잡고있던 취객 남자는, 팔이 비틀리고 관절이 구부러져 있었다.
아, 흔히 있는 호신술. 대학 때 배웠었지. 치한을 만나면 팔을 잡아서 등쪽에서 꽉 꺾으면 남자라도... 어?
어?
누가 그런... 누가, 살려준거야??
남자 뒤에서, 살짝,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가로등의 오렌지색의 빛이,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그사람을 비춘다.
날씬한 팔다리, 조금이지만, 매서운 눈. 남자에게 그런거 못할 것 같은, 연약한 몸.
하지만, 니코보다 조금 키가 크다.
『니코쨩, 만약에, 위기에 처하면, 이 마키쨩이 구해줄게!』
『또또, 절대로 무리야. 마키쨩 약해보이고, 도망칠것 같은데』
『도망안쳐! 안약해! 약한건, 니코쨩 머리야!!』
『마키쨩, 너말야...』
거, 짓말.
차가운 눈. 술취한 남자를 쏘아보고, 흘끗하고 이쪽을 보고 미소짓는다.
뭐야 이거, 도망못치겠어.
예, 예쁘다. 뭔데, 이 사람... 달빛이 비추는, 왕자님처럼 다부지게 서있다.
저기, 혹시.
「여자에게 손을 대다니, 형편없네요.」
「알았어! 놔줘!」
「네네. 그럼, 빨리 사라져주세요. 경찰부를테니까」
「아니아니 진짜로! 뭐냔말야!!」
술취한 남자는, 그녀한테서 떨어져 발이 뒤엉켜지며 떠나갔다.
나, 도와준거라고 부르짖으면서. 시끄러워, 덮치려고 했잖아.
아니, 그런건 이제 어찌되든 됐어. 아주 상관없어.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는-
「니코쨩, 위기에 처하면, 내가 구한다고 말했잖아」
특색있는 아름다운 목소리.
날씬한 팔다리.
단정하고 가지런한 얼굴. 조금 독특한 머릿결.
그 머리카락을, 삭, 귀찮은듯 쓸어올린다.
한손을 뒤로 숨기며.
에, 뭐야 이거? 잠깐만, 머릿속이 빙빙돈다.
아직도, 니코 취해있는거야?
거짓말, 이지?
「있잖아, 10년 지났는데」
「하, 하아? 어?」
「결혼, 할거지?」
역시, 이 아이는...
이 눈앞에 있고 니코를 내려다보고 있는 이 아이는...
이런 소릴, 갑자기 하는, 이 아이는...
「마, 마키쨩?」
입을 빠끔빠금, 몇번이고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 겨우 목구멍에서 소리를 낸다.
도쿄의 하늘말야, 이렇게 아름다웠나? 그녀의 뒤로 보이는 밤하늘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니코쨩, 떨어지고 싶지 않아. 싫어』
『미안, 마키쨩. 그치만, 마키쨩이라면 분명히 니코를... 찾아내줄거지?』
『찾을거야. 찾았을때, 안 안아주면 싫어』
『응, 안아줄게. 약속』
오렌지색 저녁노을. 바이바이할 때 고했던 그 약속.
저기, 혹시, 약속말야, 정말로 지킬 수 있는 거야?
니시키노 마키, 쨩?
「찾았는데」
「네, 네에?」
「그런 약속해놓고, 내버려두다니, 실례잖아?」
「...에, 그게, 마키쨩이지? 저기, 대답좀」
「어딜 어떻게봐도, 니시키노 마키라고 생각하는데」
「그, 그러네」
서늘한 눈에, 마음과 니코의 눈이 붙잡혀 떼지지않는다.
게다가 숨이 안쉬어질 정도로 그녀는 아름답게 미소짓는다.
잠깐만. 분명히 요즘 생각이 나긴했는데.
근데, 어? 이렇게 커질 수 있어?
잠깐, 꿈? 술에 떡이된건가? 역시.
그게, 아마 이동네는말야, 마키쨩네 집에서 아마 멀텐데.
에, 역시, 이건
「꿈?」
「...그러네. 꿈만 같아. 겨우 만났으니까」
마키쨩, 은 니코의 손가락를 잡고, 자신의 입술에 끌어당겼다.
화악하고 왜인지 자신의 온도가 올라간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에, 그 부드러운 입술이 닿아, 쪽하는 소리를 냈다.
이 체온.
진짜다. 어렸을 때 잡은, 손바닥과 같은 온도.
하, 하지만, 잠깐 기다려봐, 왜 이렇게, 그... 멋있는 건데?
「니코쨩, 이런 꽃밖에 준비 못했어」
「후에...!? 에, 아아! 어? 꽃?」
「프러포즈라고 하면, 꽃이잖아?」
자, 하고 뒤어 감추어둔 왼손이 부케 크기의 꽃을 니코에게 건넨다.
마치, 왕자님같아. 마키쨩은, 갑자기 언짢은듯 웃는다.
「니코쨩한테 한번 더, 도전하려고 왔어.」
「...어, 어」
「받아줄거지?」
대답할 틈도 없이, 마키쨩은 니코를 끌어당겨 껴안았다.
정장에 주름지겠다. 하지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안겨진 기분이 든다.
마키쨩의 향기, 옛날이랑 다르지 않아. 의사선생님의 따님.
소독약 냄새와 달콤한 과자 냄새.
고상하고 귀여운. 아아, 이 아이다. 정말로, 이 아이야.
가슴이, 답답해.
사랑스러움과 무언가가 빙빙 돈다. 꿈? 몰라, 이 아이, 정말로 마키쨩?
모르겠어, 뭘까... 이거.
「마키쨩...」
가슴이, 답답해... 저기, 마키쨩, ...이거말야
니코, 혹시있잖아... 저기, 마키쨩...
「마, 마키쨩?」
「왜, 니코쨩. 감동먹었어?」
「아, 아니, 괴로워서 조금... 토할것 같아」
「...하?」
「그러니까, 토, 토할 것 같아」
잘 생각해보니 니코는 술에 취해있고.
마키쨩에게 여러가지 이런 일을 당하니까, 혼란스러워서 위 안이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그녀한테서 몸을 떨어뜨려 입가를 막는다. 가방 안에서 물을 꺼내 단숨에 마신다.
으으, 역효과. 뭐냐고, 왜 이정도로 취한건데.
흘끗하고 마키쨩을 올려다보자 그녀는 머리카락을 뱅뱅 만지작거린다.
아, 그 버릇 옛날이랑 안 변했네.
하아, 하고 한숨을 쉰 마키쨩은 니코의 손을 꼬옥하고 잡았다.
「자, 가자」
「헤?」
「...니코쨩네 집. 저기서 돌면 있잖아」
「어, 어떻게 아는데?」
「그런 얘기는 나중에 니코쨩이 기분 괜찮아지면 할게. 됐으니깐, 걸을 수 있어?」
「으, 응...」
왜 집 알고 있는거야. 어쩌다 이렇게 됐지.
정말 모르겠어. 머릿속, 빙글빙글 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건
마키쨩의 손바닥이 따뜻하고, 작은 그 손바닥이 지금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어른의 손이 됐고.
니코를 감싸, 끌어당겨주고 있다는, 이 사실뿐이다.
결국, 마키쨩에게 기대며 니코는 방에 도착, 집의 자물쇠를 여는데 성공했다.
가방을 발밑에 두고, 꼭 낀 힐을 벗고, 엉켜있는 발을 일단은 붓지 않았는지 체크.
마루에 스타킹너머의 발이 닿아 찬기를 실감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다, 방안을 걷는 니코.
단지 다른점은... 니코의 손을 쥐고 놓지 않는, 마키쨩이 있다는 것.
혼자사는 성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방을 둘러보곤 흐~응이라고 관심없는것처럼
옆에 있다는 것.
「...너무 보진 마」
「볼거야, 그야. 좁긴하네」
「그, 그거야 마키쨩 집하고 비교하면... 윽」
「자자, 빨리 침대에 눕는 편이 좋지않아? 나, 밑에 있는 자판기에서 물 사올게」
「고, 고마워」
니코를 침대에 눕히고, 마키쨩은 방을 나갔다.
처, 척척 해내네. 뭐랄까, 뭐랄까... 어른같다고 해야하나
아니지, 니코가 어른인데말야. 그~러니까, 니코 27살이니까 마키쨩은 분명히...
그게 그때 5살이었고.
그러니까, 그 11살 밑이라는 거지? 그렇지? 요전에도 그거 생각했었잖아.
「처음 만났을 때가 고1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16살이야. 그때 니코쨩하고 동갑」
「에?! 아! 벌써 사왔어?」
「밑에 있는 자판기였잖아. 물이면 되지?」
「고, 고마워」
마키쨩한테서, 물을 건네받으려고 침대에서 상반신만 일으켜 손을 뻗는다.
머리가 빙빙 돈다. 빨리 물 마시고 이런저런 생각 그만두고 자고 싶다.
그렇지만, 왜일까. 손을 뻗어도, 마키쨩은 그 페트병의 물과 니코의 얼굴을 번갈아 보곤
굉장히, 기쁜듯이 웃을, 뿐이었다.
「마키쨩, 물」
「그래, 마시고 싶겠네」
니코가 내민 손에는, 페트병이 전해지지 않는다.
왜인지, 단숨에 마키쨩이 침대에 있는 니코쪽으로 다가온다.
저기, 목이 타.
빨리, 적시고 싶어, 물, 줘, 마키쨩
「먹여, 줄게」
「에? 됐어, 알아서... 읍!!」
순간 뭐가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안 건, 마키쨩이 천천히 다가와선
페트병의 물을 입에 머금고 히죽, 웃은 것 뿐.
그 다음 일은, 감각으로밖에 알 수 없었다.
입술과 닿은 부드러운 입술.
억지로, 비집어 열려져선, 차가운 것이 흘러들어온다.
니코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차갑고, 차가운, 액체.
그리고, 마키쨩의...!
「잠, 깐! 너 뭐하는, 거! 야!」
덜컥 정신이 돌아오자,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고 몸을 밀어 되돌린다.
하지만, 술에 취한 니코의 힘은 그녀의 몸을 니코한테서 떨어뜨릴 정도의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분명, 마키쨩보다 니코는 그렇게 힘이 세진 않을 거다.
「뭐하냐니, 키스, 한건데」
「아니 그렇지만! 에!? 왜!? 요즘 애들은 이래!? 하!? 니코, 처음인데」
바보아냐? 문란하잖아! 문란하고 문란해서 쇼토쿠태자도 놀라겠다!
10인의 이야기 동시에 듣겠네! 대단하네! 아니아니, 깜짝 놀랄거야!
쿠리비츠야!!(※놀라는거랑 같은거랜다, 뭔 방송이름이래) 구식인가, 이 표현...
아니, 그게 아니고! 정말로!!
요즘 애들은 이래? 에, 잠깐 마키쨩, 열열열열열여섯살이잖아!!
「...하?」
니코가 입술을 막으면서 팔다리를 동동거리고 있자
눈앞의 마키쨩이 살짝 화난 표정을 나타냈다. 눈썹을 팔자로 만들어서.
에, 뭐 말했나? 니코? 랄까, 화난거, 니코쪽인데!
오랜만에 만났는데말야, 뭘 놀리는 건데! 연상을!!
「니코쨩, 처음 아니잖아?」
「에, 무슨 소리야」
「아니, 지금 처음이라고 자기가 말했잖아」
「아...」
스스로한 말을 지적당하자 굳었다. 바, 바보다, 니코는.
이런 연하 애한테 키, 키스도 아직이라고 스스로 폭로하다니 어쩔거야!
아니지, 하지만 별로 뭐, 마키쨩인데. 뭐, 그치.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낸 아이니까.
어?
「아니, 처음, 인데요. 쪽팔리지만」
「하아? 어렸을 때 잔뜩 나랑 했잖아. 무슨 소릴 하는거야.」
「...마, 마키쨩. 그거랑 이거는, 전혀! 달라! 다르다고! 바보야!」
한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마키쨩에게 짜증이나서
순간, 니코 뒤에 있던 베개를 잡아, 그녀에게 던진다.
하지만, 어쩌면 반사신경이 좋은건지, 마키쨩은 그 베개를 슬쩍 피하곤,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곤, 밑에서 침대에 있는 니코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럼, 제대로 하자? 니코쨩, 기다려줘서 기뻐」
「뭐, 뭐?」
「아까도 말했잖아. 프러포즈하러 왔다고. 니코쨩도 기다려준거잖아?」
니코의 머릿결을 하나로 들어올리며, 마키쨩은 거기에 살짝 입맞춤했다.
마치 어딘가 외국 의식처럼 사랑스러운듯이.
그리고, 니코를 바라보는 그 눈이
더이상, 니코가 아무말도 못하게, 만든다.
「...자, 잠깐 뭔가」
「없으면 그건 그거대로. 있지, 니코쨩. 계속 찾았어. 나의, 첫사랑 공주님을」
키스만이라도 하게 해줄래? 라고
그 달콤한 입술이, 니코를 유혹하니까
니코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을 피했지만
마키쨩은 그걸 OK라고 여겼는지, 니코의 뺨에 다정하게 손을 대었다.
「좋아해. 드디어, 재도전, 할 수 있네」
「...뭐가」
「니코쨩을 향한, 프러포즈야. 그래, 표현을 바꾸는 편이 좋겠지?」
「어?」
- 이번엔 내가, 지키게 해줘? 당신을 -
귓가에 가만히 그런 말을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들려주면
니코가 눈깜빡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입술이 틀어막혔다.
『니코쨩, 찾을거야. 꼭, 찾아서, 니코쨩을, 행복하게 해줄거야』
조그만 마키쨩의 목소리가, 문득 다시 들리자
잘 모르는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서, 슬퍼져선
어째선지, 눈물이 살짝 솟아오는게 느껴졌다.
니코, 계속 소중히 했었어. 뭘까, 이 감정.
그 부드러운 입술이, 니코의 입술에 몇번이고 포개진다.
사랑스럽다, 라든지 그런게, 전부 뒤섞여, 니코을 밀어붙인다.
시간으로 말하자면, 몇초일테지. 하지만, 꼭 그 키스는 달콤하고, 긴.
마치 영원히 잠드는 마법에 걸린 공주님을, 사랑의 키스로 깨우는, 사랑의 마법이 깃든 키스, 같아서.
아아, 키스, 하고 있어... 지금, 정말로.
「으...」
입술이 떨어지자 눈을 뜬다. 심장이 되게 차분하다.
가슴속 깊은곳이 꽉 쥐어진다.
눈앞에는, 변함없이 마키쨩이 있다. 푹신하게 니코를 감싸는듯이, 있다.
「마키쨩... 뭔가 잘 모르겠는 기분, 빙빙 돌아」
「니코쨩, 그건 사랑일, 지, 도?」
니코를 침대에 눕히고, 마키쨩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게 잘 모르겠어. 뭐가 뭔지, 정말 모르겠지만.
마키쨩이 정말 상냥하게 니코를 껴안아주니까
왠지, 계속 찾고 있었던 그 체온과 향기에 안심이 되서, 가슴속이 꼭하고 답답해진다.
아아, 어쩐지 생각하는게 조금 귀찮아졌다.
술이 들어간, 둥둥 떠있는 니코로선, 판단실수도 많이 있는것같고.
그래도, 그냥 알고 있는건, 10년 전에 헤어져버린 조그만 연인후보는
너무나도 멋진 모습으로 니코의 손과 가슴속 답답함을 잡고 놔주지 않는.
근사한 연인후보가 되어 나나났다, 는 것뿐.
「왠지, 꿈... 같아」
「꿈이 아냐. 꿈으로 만들 생각도 없고」
「우...으,응」
「우선, 힘들테니까, 자자」
전기, 끄고
마키쨩이 침대에 들어와선, 니코를 다시 부드럽게 껴안는다.
작은 몸.
껴안았던건, 니코, 였지?
역시 꿈꾸고 있는걸지도.
계속 찾았어. 작은 방에서, 왕자님이 올지도 모른다든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그런 일상, 바뀔 리 없잖아.
하지만, 아아, 혹시
그때, 작은 연인후보의 손은, 니코를 이렇게 안아주기 위해서
상냥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게 자라, 데리러 와준 걸까...
졸려, 이제, 상관없어...
「니코쨩, 나, 첫사랑은 이어진다고 믿고 있어」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 반대쪽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여진다.
아아, 어쩌지.
어쩌면, 엄청난 첫사랑을 그녀에게 준걸지도 몰라.
「성가시고, 포기할줄 모르는, 당신의 연인후보, 였지?」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니코는 마키쨩의 목소리만들 듣고 있다.
아아, 뭔가 갑자기 큰일이... 났을지도...
아아, 내일 미팅... 거절해야, 겠지.
니코의 조그만 연인후보가,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멋지게 나타났다니
누가 믿을까. 니코도 못믿겠어.
이날부터, 니코는 깨닫게 되었다.
첫사랑을 계속 바라봤던 그녀의 열량을...
She challenge from now?
No!!
She is 10 Years ago challenger...
Are you ready??
OK…Game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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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마키가 11살 차이나는 패러디물
[Are you ready?] 다음편
끝까지 다해서 걍 한번에 다시올림 / 앞에부분 조금 수정도 함
니코마키 애끼자
[Lady? Ready Go!!]
작가센세 : 90 (http://www.pixiv.net/member.php?id=2252227)
「이 이상 기다리게 하다니, 어떻게 된거 아냐.
솔직해져봐. 이제, 그건... 사랑, 이잖아?」
해 질 녘의 고추잠자리.
『숨바꼭질, 싫어』
『왜~? 마키쨩, 니코 잘 찾아내잖아』
『싫어. 니코쨩 찾는거 귀찮아. 쓸쓸하단말야.』
『그럼, 니코가 찾을까?』
『찾을 수 있어? 니코쨩 눈뜬장님이잖아』
솔직하지 못한 것같지만, 솔직한 조그만 연인.
숨바꼭질은 항상, 니코가 찾으려고 하면 나와버리니까 게임이 안된다.
찾~았다라고 말하곤 손을 잡고, 저녁노을 속을 걸으며 돌아온다.
작고, 작은 손이 사랑스러워서
그것이, 니코의 마음을 이렇게나 흔들다니... 예상,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머리가 아파. 목말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천장을 확인한다.
응, 여긴 니코의 방이다.
바짝마른 목구멍, 머리를 움직이려하자 욱신거리는 통증이 연속으로 찾아온다.
탁자 위의 있는 물페트병이 눈에 들어와, 기억을 더듬으려 자신의 옷을 잡았다.
어라, 아무것도 안입었어. 아니, 캐미솔정도는 입고 있지만.
2월인데 왜 벗고 있지.
머리를 흔들자 또다시 띵하고 머리가 욱신거렸다.
아~ 숙취. 맞다, 어제 마시고... 취했었지.
「물...」
탁자에 손을 뻗어 페트병을 잡는다.
어쩐지 반은 마신 것 같다.
뚜껑을 열고, 미지근한 물을 목으로 흘려보낸다.
어떻게 집에 왔더라? 아니, 그정도로 취하진 않은 것 같았는데.
여러가지 뒤섞인 기억을 바로잡는다. 분명히,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상한 남자한테 얽혀서...
- 니코쨩, 그건 사랑일, 지, 도?
「...!?」
갑자기, 그래 갑자기 생각났다.
목소리 톤이라든지, 닿은 입술이라든지, 안겨졌을 때 감촉이라든지.
달빛이 비추는 시원스러운 얼굴, 이라든지.
그리고, 니코는 이 물을 어제, 페트병채로 직접 마시지 않았다는 것도.
「마, 마키쨩...!?」
뿜어내지 않으려 물을 넘기고, 탁자 위로 병을 돌려보내고, 한번 천천히 방을 둘러봤다.
그렇게 둘러볼만큼, 크진 않지만 일단, 구석에서 구석까지.
없다.
니코를 구해준 그 아이는 이미 방에 없다.
혹시 몰라 욕실이나 화장실도 문을 열어봤지만 없었다.
...돌아간, 걸까. ...역시 꿈? 아니, 그치만.
자신의 입술을 살짝 만지자 전부, 현실이라고 상기시켜 준다.
마키쨩의 여유넘치는 미소라든지, 마치 그, 왕자님같은 행동이라든지.
「...꿈, 아닌 거지?」
애초에, 지금 몇시지, 하고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오후 2시를 가리킬 때였다.
2시... 너무 잤네. 그렇다 쳐도. 뭐, 피곤했었으니까.
...응? 잠깐만. 아, 미팅 거절, 3시까지였지!?
허둥대며 탁자에 놓여진 폰을 잡고, 후배에게 문자를 보낸다.
이런 두통인 채론 인생의 첫번째 미팅같은덴 못가.
딱히 어제일때문에 그런건 아니니까... 아아, 정말!
「에에이! 그냥 보내버려!」
후배한테 [미안, 역시 오늘은 못가겠다]라고 문자를 보내고
폰을 침대에 내던진다. 자신의 큰소리에 두통이 울려, 곧바로 또 물을 마셨다.
「...뭐하고 있니, 니코는」
욱신거리는 두통때문에 난처하게 됐다. 너무 마시진 않은 것 같은데.
페트병을 탁자에 올려놓는 순간, 탁자 위에 있던 종이를 눈치챘다.
깔끔한 글씨체로 써져있는, 편지.
아아, 역시...
「마키쨩, 의.」
꿈이 아니었다.
편지를 탁자에서 집자, 맨 먼저 마키쨩의 글씨가 깔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로 16살 맞나. ...뭐 그래도, 조금은 아직 좀 어린 얼굴이었다.
...멋있었지만. 으아아, 니코는 뭘 생각하는 거니.
머리를 붕붕 흔들자 욱신거림이 찾아온다. 학습이 안된다니까, 니코는.
「그러니까, 뭐지?」
편지 내용을 보기 위해, 얼굴에 종이를 갖다댔다.
역시, 글씨체 예쁘다...
「다음주에 봐... 라니 뭐야, 어디 방송 예고편이냐!」
겨우 5글자.
겨우 5글자로 어제의 만남을 간단하게 정리하다니, 이상하다.
서류철 1장에, 「다음주에 봐」라고 적혀있을 뿐인 편지.
편지를 흥하고 휴지통에 버리려하다가... 그만뒀다.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마키쨩 글씨, 처음 봤는걸.
옛날엔 글씨라고 할 만한, 글씨는 못썼으니까.
머리가 좋은 아이였으니까 읽을 줄을 알았지만, 글자는 그렇게 못썼었다.
『니코쨩, 봐봐! 처음으로 썼어!』
『오오! 마키쨩, 처음으로 쓴 글자가, 니코, 네』
『그야, 니코쨩 이름, 단순하잖아!』
솔직하지 못한 표정지으면서 말했었지.
사실은 니코를 좋아하니까 니코 이름을 제일 먼저 연습했다고
마키쨩네 식구들한테 나중에 들었는데... 귀여웠어.
...랄까, 정말로.
같은 사람일까, 그 마키쨩하고 마키쨩.
「왜냐하면, 그렇게나...」
다음은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소리를 내버리면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 것만 같아서.
입술에 살짝 손가락를, 덧대었다. 어제, 분명히... 키스당했다.
마음껏 멋지게, 순식간에, 키스를 빼앗겼다.
아아, 생각해버렸네. 멋지다, 라고 생각해버렸어.
그야, 니코 처음이었단말야. 그, 키스, 같은거.
그렇게 깔끔하게, 익숙한 듯, 니코의 머릿결을 어루만지고, 들어올리며
살짝 입술에 키스를 남겼다. 어째서, 저항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그건 이미 「술에 취했었습니다」 라는 변명을 하고 싶다.
아아~! 생각나니까 창피하고, 정말 믿을 수 없어.
침대로 들어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다시 상기시키듯 마키쨩의 향기가 살짝하고 베개에서 풍겨온다.
달콤한 향기, 희미한 소독약 냄새. ...저기, 니코, 부정맥일지도. 머리도 가슴도,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베개에 꼬옥하고 얼굴을 묻고, 다시 한번 의식을 떼어놓으려고 노력한다.
다시 한번, 잠들어서. 전부, 잊어버리자.
- 괜찮겠어? 정말로, 잊어버려도.
『마키쨩은, 얼만큼, 니코를 좋아해?』
『이~~~만큼! 니코쨩은?』
『으~음, 우주에서 첫번째려나』
『치사해! 그런거 치사해! 니코쨩, 치사한 여자야!』
달래며, 껴안으면 방긋하고 웃는다.
조금 수줍어하는 얼굴이 사랑스럽다.
마키쨩이 어른이 된다면 어떤 아이가 되려나, 하고 계속 생각했었다.
떨어져도, 가끔은 이렇게 기억나고.
그런 약속해놓고, 내버려두다니, 실례잖아?
다음주에 봐, 라고 적힌 서류철 종이를 가슴에 꼬옥하고 밀어 넣으며
니코는 어쩐지 가슴의 두근거림이 진정되기를 바랐다.
치사해, 마키쨩.
이런 편지받아 버리면, 계속 마키쨩 생각만 하게 되잖아.
「치사, 해」
「정말... 그런 꼴이 되다니 예상밖이라구」
「...선배, 괜찮아요? 중얼중얼 시끄러운데요」
「아아, 미안. 야! 시끄럽다니 무슨 말이야!」
헐, 입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옆자리 후배가 시끄럽다 말하자 깜짝놀랐다.
아니아니, 지금 네 실수 수정하고 있는데요, 실례잖아? 얘.
...뭐, 중얼중얼 거린건 니코가 아주 잘못했지만.
그리고, 완전히 미팅 취소한 거 꽁해있네.
「자, 인감 찍고 부장님한테 제출해」
「감사합니다!」
출력한 서류를 후배에게 건네주고, 으~음하고 기지개를 켠다.
회사일도 쉬운 게 아니야. 지금은 일하는 중이니까, 더 집중해야지.
그렇다쳐도, 이번주는 정말 할맘이 안든다.
오늘같은 서류 정정, 30분정도 걸릴텐데, 벌써 2시간이나 써버렸다.
업무하는데 사적인 문제를 갖고 오다니, 사회인으로서 해선 안될 행동인데, 정말.
머릿속에 있는 마키쨩의 미소를 지우려고 머리를 붕붕 또 흔든다.
결국, 토요일은 잠만 잤고, 출근하고선 일만 했다.
짬이 나면 계속 생각나버리니까 곤란했다.
마키쨩이 어째서 갑자기 나타났는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아이돌이 된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라든지, 약간.
지금의 니코는 마키쨩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봐, 이렇게. 마음속에 떨어진 운석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지만 무서워는데.
꿈같기도 하고 현실같기도 하고.
아아! 그래서, 일을 못하겠다니까!
「응...?」
머리를 책상에 콩하고 부딪치자 눈앞의 폰이 떨리며 착신을 알렸다.
『토죠 노조미』
만사태평, 실실 웃는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라기보단 악우에 가깝겠네.
이런 낮에 전화가 걸려오다니 드문 일이다. ...긴급사태려나?
부장님과 후배를 슬쩍 보고, 폰을 몰래 가지고 나와, 사무소에서 복도로 나온다.
후우...하고 한숨 쉬고, 통화를 터치하자
느긋~한 목소리가 귀에 전해졌으니
아무래도 긴급사태는 아닌 모양이다.
「뭐야, 일하고 있는데?」
「니콧치, 전화받자마자 말돌리지 말래이. 내도, 일한대이」
「네 경우는 비교적 한가하잖아! 그래서 뭔데, 빨리 말해」
전화너머의 악우에게 반론을 제기하며, 작은 목소리로 소근소근 반론한다.
정말로, 직장여성과 여고 보건선생을 똑같게 치지 말라고.
변함없이 마이페이스인 노조미는 전화너머에서 웃으면서 용건을 천천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안미안타. 그게, 스즈키선생님 기억하재? 우리 담임이셨잖나」
「기억해. ...근데 선생님한테 뭔일있어?」
「아니, 올해로 퇴직하신대이」
「그 소리 하려고 전화한거냐? 너」
그거, 전에도 들었는데.
12월쯤에 에리랑 셋이 한잔할 때 말했잖아.
니코가 얄미운 소리를 해도 노조미는 꿋꿋이, 계속 이야기한다.
「그그, 그래서 말이재? 금요일에 에리치가 인사하러 온다꼬.
와, 3월엔 졸업식도 있고 학교도 정신없으니까.
요참에 니콧치도 인사하러 오는게 낫지 않나~ 해서.」
「그런 용건이라면, 문자해도 되잖아? ...금요일?」
「에리치, 반차낼 수 있다꼬. 후훗, 계획이라도 있나?」
뭔가를 머금은 웃음소리에 짜증이난다. 니코라도 계획정도는...
...슬프지만, 계획같은건 없다. 없지만 말야?
『다음주에 봐』
그 글을 떠올린다.
깔끔하게 정중하게 서류철 종이에 써진 글자.
...딱히, 다음주라고 써있었다고, 금요일에 만나러 오거나 하진 않을 거 아냐?
대, 대개 그런... 그런 짓 해놓고! 겨우 5글자로 끝이야?
보통 깨는 거 기다리잖아?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연락처라든지 남기고 가잖아?
없으면, 전화하라고! 불평 하나둘정돈 들어줘도 괜찮잖아!
「여보세요~ 니콧치 듣고있나? 올지 안올지정도라도 알려주래이」
「와아아앗! 뭔데! 노조미!」
「아니, 아무말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노조미의 목소리에 퍼뜩 현실로 돌아와,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잊고 있었다, 지금은 노조미하고 전화중이었고, 게다가 업무중이다.
복도를 지나치는 회사 사람들이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엉겁결에, 전화하면서 인사를 한다.
큰일이야, 큰일. 업무중엔 완전무적 야자와 니코인데.
정말, 돌겠네. 그날부터.
「미안. 우선, 금요일에 니코도 반차 써볼게. 4시쯤 그쪽으로 가면 되지?」
「그래, 에리치도 이러저러 그즘 될것 같대이
뭐, 후딱 오면 보건실 와도 되꼬. 저녁엔 항상 마시던 데서 한잔 하재이~」
「알았어. 일단 끊는다. 그럼, 나중에 봐」
「아, 니콧치」
끊으려했던 폰에서 노조미의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와 다시 귀에 가져다 대는데
사무소의 문이 열리며 후배가 「선배! 빨리 돌아오세요!」라고 작은소리로 주의를 준다.
큰일났다, 빨리 돌아가야해. 초조해서 폰을 든 손이 이상해진다.
「왜, 왜그러는데」
「화장, 고치고 오는게 좋대이? 운명의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꼬」
「바보냐!! 이제 끊는다!!」
복도인데, 업무중인데, 또 큰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후배가 곤란한 얼굴로 니코를 보고 있다. 예, 죄송합니다. 사적인 통화였습니다.
한숨을 한번 또 쉬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사무소로 돌아갔다.
운명의 사람? 바보아냐?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걸까, 노조미는.
가만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한숨을 쉬지만, 노조미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좋아해. 드디어 재도전 할 수 있네』
「으! 정말!!」
「...선배, 부장님이 째려봐요~」
「허, 헐」
허둥대며, 눈앞의 키보드를 바라봤다.
이젠, 뭘해도, 신경쓰이게 돼버렸다. 니코의 패배, 다.
그야, 니코 처음이었단말야. 그, 키스, 같은거.
그렇게 깔끔하게, 익숙한 듯, 니코의 머릿결을 어루만지고, 들어올리며
살짝 입술에 키스를 남겼다. 어째서, 저항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마키쨩의 시선에 꼬옥하고 붙잡혀버렸기 때문일 거야.
「치사, 해. 마키쨩」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중얼거린다.
이 가슴의 두근거림이, 부디 빨리 진정되기를.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니코 죽을 지도 몰라.
부장님의 싫어하는 얼굴. 도움을 청하는 표정의 후배를 뿌리치고
오늘, 야자와 니코. 무사히, 반차 냈습니다. 짝짝짝짝.
금요일 반차라니, 일잘하는 직장여성의 특권이지...
라곤 해도, 꽤 억지로 냈지만 말야.
노조미와의 전화 이후로, 머릿속의 마키쨩을 뿌리치며, 니코는 일을 잔뜩 처리했다.
목요일 밤, 부장님에게 반차를 내겠다고 말했고, 지금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니코의 모교. 조금, 빛바래있는 건 기분탓이려나.
졸업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러니저러니해도 지나버렸구나.
「여기, 다녔구나」
정문에 살짝 손을 댄다. 거친 벽돌의 감촉이 반갑다.
그때 니코는 아이돌이 되고싶다며 노조미랑 에리와 꿈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 붉은 머리를 한 조그만 연인후보와도 부쩍 못만나게 되고
조금 떨어진 전문대에 다니기로 결정했지만, 울적해져서.
슬쩍, 졸업식이 끝나고, 옥상에서 울었지.
아직, 옥상 열려있으려나? 나중에 노조미한테 물어봐야지.
「실례합니다~」
정문을 빠져나가 으~음하고 기지개를 킨다. 모교한테 실례합니다라니 어쩐지 이상하다.
그립네. 이 나무의 떠들썩함.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의 교복과 분위기가 니코가 다닐 때와 다를 게 없어서 일단 안심이다.
그러고보니, 마키쨩 데리러 가는데 시간이 걸려버려서
딱 한번, 마키쨩이 여기 혼자서 온 적이 있었는데.
칭얼칭얼 울면서, 「니코쨩 바보야~」라고.
그때는 안절부절 못했지. ...그리도 귀여웠는데, 정말로.
라니, 바보 바보. 그런건 이제, 생각안하기로 정했잖아, 니코는.
왜냐면, 생각나면 그렇게나 귀여웠던 추억이, 뜨겁게 가슴을 떨게 만드니까.
방문용 입구로 들어가, 졸업생이란 걸 직원에게 알리고
니코는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실내화로만 걸었던 복도의 찬기가 슬리퍼너머로 전해져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복도에 있는 시계를 보자 시간은 3시. 슬슬 하교 시간이려나.
직장에서 바로 왔으니까 조금 빨리왔나? 에리가 오는건 4시쯤이라고 했었지?
뭐, 에리가 올 때까지 들은 대로 보건실에서 시간이나 때워야겠다.
「실례합니다~」
주뼛주뼛, 보건실의 문을 연다.
그때랑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변한건, 노조미가 좋아하는 소품이라든지 조금 놓여 있는 정도.
「노조미? 있어?」
빙글 한바퀴, 보건실을 둘러보지만, 그곳에 노조미의 모습은 없었다.
교무실에 있나? 노조미가 여기에 없으면, 니코는 그저 수상한 사람인데...
아니지, 졸업생입니다라고 말하면 되는구나.
그건 그렇고, 조금 분위기가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라든지, 소리라든지, 빛이라든지
장소의 분위기는 안바뀌는구나. 왠~지 약간 감상적인 기분.
「노조미는 잘도 이런 데서 일하네」
니코였다면, 무리일지도.
여러 일들이 생각나서.
아니, 생각하면 괴로웠던거 고등학교 때는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 이제 싫다 싫어. 노조미가 올 때까지 침대에서 잠이나 잘까...?
슬쩍 자도 안들키겠지? 이제 하교시간이고. 아무도 안올거아냐.
오늘 반차를 내기 위해, 어제 늦게까지 일해서 조금 졸린 기분.
졸업생이고, 노조미 방같은 곳이고.
뭐, 괜찮겠지.
무슨 소릴 들으면 「속이 별로라서 쉬고 있어요」라고 고등학교 때처럼 말하면 될거야.
침대를 가리는 커튼에 손을 댄다.
문득, 커튼너머에서 숨결을 느꼈다.
어라, 설마... 누가 있나? 라고 생각하며 커튼을 치워버렸다.
「아무도... 없는, 거지...?」
침대이불은 조금 흐트러져 있지만, 아무도 없었다.
...니코의 착각인가? ...정말, 요즘 여고생은 쓰고나서 이불정리 안하니.
흐트러진 이불을 고치려고, 침대에 손을 댔다.
순간, 뭔가에 붙잡힌 기분이 들었다.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만나러 와줬네」
너풀거리는 달콤한 향기. 아름다운 팽팽한 실과 같은 목소리.
차가운듯, 따뜻한 체온.
뒤쪽에서 살짝
느껴지는 감촉, 모든 것에 감싸였다.
「....뭐!? 뭐!!」
순간 몸을 돌려, 둘러싼 정체를 보려고 돌아봤는데
힘조절이 잘못됐는지, 몸이 뒤쪽으로 쓰러져 침대에 등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아파라...」
아, 보건실 천장이다. 오랜만이네...
라니, 그그그그런것보다! 갑자기, 뭔데!!
상반신을 일으켜, 니코를 껴안은 정체를 확인한다.
그곳에는... 니코를 보고 반갑게 눈웃음을 띠는... 마키쨩, 이 있었다.
「자기가 알아서, 침대로 쓰러지다니 적극적이네, 니코쨩」
쓰러진 니코를 흥미로운듯 웃으며, 천천히 침대로 다가온다.
날카로운 눈매, 니코를 놓지 않는 시선. 마치, 타고 있는 듯한 정열의 붉은색.
그렇게 쳐다보면, 움직일 수 없어. 정말로.
눈과 눈이 마주치고, 살짝
마키쨩이 머릿결을 쓸어올리고, 생긋 웃으면서
차가운 손끝으로 치마에서 나와있는, 니코의 허벅지를 스윽하고 덧대었다.
「햣...! 잠깐! 뭐하는거야!? 랄까, 왜, 있는데!? 마키쨩!!」
「왜냐니... 우리학교에 있으면 안돼?」
침대에 쓰러진 니코를 마키쨩은 즐거운듯이 덮어왔다.
자, 잠깐만! 뭐하는거야! 라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여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고.
「1주일만인데, 키스해도 돼?」
「하!? 자, 잠깐 무슨...! 읍...!」
피식 웃는 마키쨩은, 니코의 답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붕 뜬다. ...달콤한, 이렇게나 입술이란거 부드러운거야?
「...하아」
놔주길 바라서, 괴로워서, 가슴이 답답해지니까 죽을 것 같아서
툭툭하고 마키쨩의 어깨를 항의하듯 치지만, 전혀 놓아주지 않는다.
마키쨩의 몸을 쑤욱 떼어내듯, 억지로 힘을 주어 어깨를 밀쳤다.
「잠깐...! 뭐하는거야!」
「뭐냐니 키스하는데. 오늘은 술맛, 안나네」
마키쨩은 자신의 입술 맛을 확인하듯, 메롱하고 혀를 내민다.
그 몸짓을 보자, 니코의 체온이 단숨에 올라가버린다.
「아, 안마셨으니까! 랄까, 왜 여기에...!」
아니아니, 그런것보다도, 왜 마키쨩이 여기 있냐는 거야.
진정해야해. 진정하자. 여기, 어디지? 오토노키지? 보건실이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
심호흡해봐도, 니코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키쨩의 시선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중력을 따른 마키쨩의 머리카락이 아름답게 창문으로 들어오는 저녁노을에 비춰지고 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건데. 넋을 잃고 보게 돼버리는 자기자신이 분하다.
그렇지만, 조금이지만 오늘의 마키쨩은 그 나이로 보인달까, 고등학생 같달까... 아!
「교복...」
잘 보니, 마키쨩은 옛날에 니코가 입었던 교복을 입고 있다.
디자인은 변하지 않은, 오토노키자카 학교의... 교복.
「에!? 마키쨩, 오노토키 다녀!?」
「...말 안했나?」
안했어! 조금도 들은 적 없고, 애초에 그런 신상정보 하나도 말 안했잖아!
요전에 만났을 때는 그, 사복이었으니까 전혀 예상도 못했고!
니코, 마키쨩에 대해서 수수께끼인 채로 1주일 지냈는데요!
뭐... 니코가 술취했었긴 했지만...
뱅그르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는 니코와 대조적으로,
마키쨩은 목부분의 리본을 조금 성가시다는 듯 풀었다.
이 자세, 좀 힘든데. 라고 말하면서.
「비, 비키면 되잖아? 애초에, 여기 학교...!」
「니코쨩, 트윈테일 안해?」
니코의 말따윈 들어주지 않는 것 같다.
능숙하게 니코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잡아, 머리카락에 키스를 뿌렸다.
그만해, 그런 행동. 또 가슴이 답답해져서 어찌돼든 상관없어지잖아.
니코를, 그렇게 바라보지마. 그런 마키쨩의 눈으로 바라봐지면
정말로... 세계가 한순간에 없어진단말야. 그만해.
「안해! 이제 어른이니까」
「하면 될텐데. 나, 좋아해. 니코쨩의 트윈테일」
자수정같은 눈동자가, 순간 흔들린 것 같았다.
창문너머로, 운동장의 동아리 소리라든지, 나무들이 겹쳐지는 소리라든지
전부 들려서 한순간,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차가운 바람이 휙하고 창문에서 들어오자, 마키쨩은 능숙하게 머릿결을 휘날리며
또 니코에게 키스를 뿌리려고 했다.
「그, 그만해!」
이번만은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며, 얼굴을 돌렸다.
몇번이나 이 아이한테 키스당할싶으냐! 니코는말야, 어른이라고.
어른을 놀리는건 적당히 해. 바보취급하는거잖아, 분명히.
하지만, 마키쨩은 니코가 저항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신경쓰지않고, 다시 여유롭게 웃는다.
「이 이상, 기다리게 하지마」
「하아!?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요전에도 말했잖아? 10년 기다렸어. 계속 찾았다고. ...이 이상, 미루지 말아줄래?」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인데도, 눈을 치켜뜨며 해줘, 라고 졸라대는 것 같았다.
아아, 이런 마키쨩. 옛날에 엄청 봤는데.
과자가 먹고 싶어서, 갖고 싶어 죽겠을 때의 마키쨩이다.
충치생기니까 안돼, 라고 초콜릿을 빼앗았을 때의, 마키쨩.
뭐냐고, 조금씩 바뀌지 않은 부분도 보여주는 거야? 정말로, 치사해.
저항, 못하게 된단말야...
「마키쨩...」
「또 가슴이 답답하지?」
「으, 응」
「그래, 니코쨩. 그건... 이미 사랑, 이지?」
마키쨩이 니코에게, 다시 한번 키스를 하려고 거리를 좁혔다.
달콤한 향기에 어지럽다. 부드러운 입술과 섬세한 시선이 니코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떨고 있는 손이라든지, 시끄러운 심장이라든지 이제 전부, 없어질 것 같아.
서서히 눈을 감고, 마키쨩을 따를 수 밖에... 없어.
입술과 입술이, 다시 겹쳐지려던 그때...
「이봐요~ 여러분. 보건실은 고~런 짓을 하는 곳이 아니래이」
커튼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으아아앗!?!?」
「아팟...!」
「...윽!!」
오싹한 목소리에 현실로 되돌아와, 허둥대며 일어난다.
순간, 마키쨩의 머리와 쾅하고 부딪쳐, 서로 머리를 감쌌다.
어, 얼마나 멍청한거니 우리.
「니코쨩, 옛날부터 돌머리였지.」
묘하게 냉정하게 마키쨩은 말하면서, 니코의 위에서 비켜나 침대에서 일어선다.
조금 흐트러진 교복을 탁탁 손으로 바로잡는 행동을 하고,
느슨해진 리본을 꼬옥 매며 머리를 단정히 한다.
치마에서 보이는 예쁜 다리에 어쩐지 눈이 사로잡혔다.
다리, 너무 예쁜 거 아냐? 아니, 그게 아니고! 이런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침대를 둘러싼 커튼을 단숨에 제친 목소리의 주인은 생긋 미소짓고 있다.
악우이며, 좋은 이해자이며, 이곳 보건실의 주인, 노조미...
「마키쨩, 니콧치는 순수순수하니까, 초조해하면 안된대이」
「...토죠 선생님은 꽤 훼방놓는 타입이시네요.」
「선생님한테 너무하네. 뭐, 개안타. 니콧치, 얼굴 새빨간데 개안나?」
「괘... 괜찮지 않아!!」
변함없이 수를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노조미는 생긋 웃고 있다.
서둘러 침대에서 일어나, 니코도 흐트러진 옷을 고친다.
아니, 흩뜨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마키쨩이 이상한 짓해서 그런거니까!
힐끔, 마키쨩을 보자
또 마키쨩은 여유로운 얼굴로, 미소지었다.
...큰일이다, 정말 큰일났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계~속 꿈꾸는 기분.
너무 갑작스럽잖아, 인생의 전개가.
「니콧치, 미안타. 잠깐 교무실 갔었대이」
「그, 그래.」
「마키쨩한테 덮쳐져서 큰일났었재」
「아뇨, 아직 안덮쳤어요. 미수로 끝났습니다. 완전히 방해받아서요.」
「마키쨩은 정말 정직한 아이네. 옛날부터.」
묘하게 함축된 음색에, 옛날 기억이 불러나온다.
맞다, 마키쨩 돌봐줄 때, 자주 노조미랑 에리도 같이 놀았었지.
에리는 뭔가 마키쨩이 안좋아했지만.
노조미는 비교적 마키쨩하고 둘이 있어도 괜찮았던것 같다.
마키쨩이 노조미에게 묘한 존댓말을 쓰는건, 보건 선생님과 학생이란 관계때문일까?
「니콧치」
멍하니 있는 니코를 보고 노조미는 피식 웃으며 니코에게 다가왔다.
뭐야, 혼낼거야? 아니, 혼나는 건 니코가 아니라고.
그, 여러가지 해온건 마키쨩이라고.
「운명의 사람하고 만났재?」
「하아...? 윽!? 너...!」
- 화장, 고치고 오는게 좋대이? 운명의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꼬 -
살짝, 낮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로 귓속말을 듣자,
며칠 전의 전화대화가 되살아났다.
그런거였어? 혹시. 이... 마녀! 전부 알고 있다는 거네?
화장 고치고 왔지만... 이런건 예상 밖이었다고!
「바보아냐!! 노조미...!」
「잘됐대이, 니콧치」
생긋 미소짓는 노조미에게 아무말도 못하게 된다.
노조미의 뒤편에서 마키쨩이 신기한 표정으로, 으~음하고 기지개를 키고 있었다.
그 나긋나긋한 몸에 또 시선을 빼앗겨 버리게 된다.
「자, 마키쨩. 음악실에서 졸업식 반주건으로, 상의하고 싶다고 학생회에서 찾고 있었대이」
「아아 어쩐지. 폰이 계속 울린다했어요.」
「그리고, 니콧치는 이제 내랑 에리치하고 한잔하러 가니까, 마키쨩의 무대는 끝이대이?」
「...그런, 가요.」
마키쨩은 조용히 미소지으며, 니코쪽으로 다가온다.
뭐, 뭔데? 그 미소.
「니코쨩, 휴대폰」
「어?」
「아, 가방 안에 있나.」
니코의 시선을 좇아 폰의 위치를 알아낸 마키쨩은 매우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폰을 멋대로 꺼내 바로 잠금을 풀었다.
「잠깐!」
어떻게 비밀번호 알고 있는건데! 니코 생일이니까, 간단하겠지만.
니코 생일... 기억하는구나. 아니아니, 그런거 말고.
항의할 틈도 없이, 마키쨩은 니코의 폰을 사용해 자신의 폰에 착신을 남겼다.
뭐야 이거. 능숙하잖아? 왠지, 열받는데.
「자, 이거 내 번호. 내일 오후 1시. 니코쨩네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기다릴게.」
「아, 고마워. 에에!? 뭐야, 그게!」
「뭐냐니, 데이트하는건데. ...오늘은 노조미랑 에리하고 약속이 있다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내일은 나하고 약속해」
「하아!? 니코한테도 계획이...」
「있어?」
「...없지만 말야!」
「그럼, 데이트하자. 약속, 깨면 안돼. 니코쨩.」
그럼 갈게, 하고 마키쨩은 언뜻 노조미를 보곤 살짝, 니코의 턱 라인을
그 나긋나긋한 손가락으로 덧대더니, 의미를 담은듯 웃었다.
어지럽다. 다가올 때마다, 두근거린다.
정말 정체가 뭔데...? 아니, 마키쨩인건 알고 있지만.
「실례했습니다.」
어리둥절한 니코를 남겨두고, 마키쨩은 보건실에서 나가버렸다.
남겨진건, 얼굴이 새빨개져 있을 니코와, 히쭉거리며 웃고 있는 노조미.
「니콧치, 오늘밤은 적당히 마셔야 된대이」
「...노조미, 너 알고 있는거 전부 불어!!」
「암~것도 모른는데. 그냥, 니콧치를 찾기 위해서 힘낸 아가 1명 있다는것 뿐이대이」
오늘은 에리치하고 축배를 들어야겠대이, 라며 의미를 모르는 소릴 하는 노조미.
뭐냐고, 니코를 찾으려고 힘냈다고? 마키쨩이?
갑자기 나타나선, 키스하고 싶다고만 하고, 두근거리게만 하는 마키쨩이?
분해. 뭔가, 분해.
왜 이렇게 어른의 여유라든지 그런거 전부 사라진건데.
조그만 손을 가졌던 마키쨩이, 이렇게나 니코의 마음 전부를 엉망으로 만드는걸까.
전부 모르겠어. 전부 다 모르겠지만...
모르겠는걸, 모른 채로 있어선, 안된다는 건... 알고 있어.
응, 모른 채론, 안되겠지...?
『약속, 깨면 안돼. 니코쨩』
조금 전 마키쨩의 목소리가 니코의 머릿속을 계~속 지배한다.
정말... 뭐냐고...
「...내일...」
「응?」
「트, 트윈테일하면, 애같을까...」
꼬옥, 손바닥으로 아래로 내린 머리카락을 잡았다.
이 기분이라든지, 가슴이 답답한 원인이라든지 전부, 전부 확인해야만, 하니까.
얼굴을 들자 노조미가 생긋 웃으며, 개안치 않나? 라고 상냥한 목소리로
니코의 등을 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긴장하고 있는게, 조금 열받는다. 몇살 연하한테, 마음을 어지럽히는 거야.
가슴의 두근거림이, 부디 내일은 커지지 않길 바라며.
오늘은 너무 지나치게 마시지 않기를.
부디, 마키쨩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질끈하고 다시 눈을 감자
창문에서 들어오는 붉은 저녁노을이 비추는 마키쨩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졌다.
으으, 내일, 심장 버틸까...?
오랜만에 하는 트윈테일, 잘할 수 있겠지...?
그날 밤은, 술을 마셨지만 어쩐지 잠들지 못해서.
누구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다.
잘 모르는 가슴의 아픔이라든지 전부
마키쨩이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야자와 니코, 27세.
내일, 엄청난 연하랑 데이트합니다...
오랜만에 하는 트윈테일로, 자, 승부다.
Do you want save it?
No! Keep it going...
Are you all right? Lady?
Yes...
Ready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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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마키가 11살 차이나는 패러디물.
[Are you ready?] , [Lady? Ready Go!!]의 다음편
90센세가 올리신 건 요기까지.
한국어 어렵네 ㅅㅂ
[flee but wins...?]
작가센세 : 90 (http://www.pixiv.net/member.php?id=2252227)
「어째서, 그렇게 여러가질 신경쓰는데?
이성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어떻게하면, 가질 수 있어?」
그림책 속에선 언제나
공주님을 왕자님이 데리러 오면, 해피엔딩이 나고 키스를 해.
『니코쨩, 왕자님역해』
『싫어, 니코 공주님이 좋아』
『그, 그럼... 이 마키쨩이, 니코쨩의 왕자님이 돼줄게!』
귀엽고, 조그만 왕자님.
데리러 와주었을 때는 이미... 공주님은 속수무책으로, 비뚤어져있을 줄.
누가 상상했을까?
거울 앞에서 한바퀴 돈다.
조금 비틀거렸지만, 생긋 웃는얼굴을 만든다.
어떨까? 안이상한가?
발끝에서 머리까지 꼼꼼하게 체크.
괜찮지? 볼 진하진 않지? 이상하진 않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게 창피해서 가슴 앞에서 손을 꼭 잡는다.
거울 속 자신에게 미소를 건넨다. 응, 니코 귀여워.
훌쩍, 원피스의 옷자락을 들어 올렸다.
지난달 세일할 때 점원언니가 「잘 어울려요」라고 말했던 원피스.
좀 너무 어려보이지 않나, 라며 고민하자 노조미가
「니콧치는 겉보기에 아직 고등학생이라 할 만하니까 개안타. 27살이지만」라고
놀리며 등을 밀길래 구입했었지.
...점원언니 니코 나이 듣고 놀랐었는데.
랄까, 그런거 어떻든 상관없지.
일단은 원피스랑 코트가 잘 코디됐는지가 최우선.
코트를 입어본다. 응, 어울리, 나?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또 미소를 건넨다.
고등학교 때였으면 거울을 보면서 「니코는 우주 No.1으로 귀여워」라고
웃었음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20대 후반.
어른의 귀여움을 추구하는 오늘날이라는거지.
하지만, 어째선지 오늘은 「특별히 귀엽게」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한 이 트윈테일, 때문이려나.
『나, 좋아해. 니코쨩의 트윈테일』
어제, 속삭여진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해 내자 얼굴이 화악 뜨거워졌다.
서늘한 눈, 뭔가를 꿰뚫어보듯, 니코를 지그시 보는, 마키쨩의 눈.
정말~ 바보바보! 생각하면 안돼! 이제 그 본인을 만날테니까.
다시 한번, 거울을 향해 체크한다.
저기, 이걸로 괜찮을까?
마키쨩 옆에서 걸어도 안이상하겠지?
「허, 헐. 벌써 시간이」
시곗줄이 끊어질 것 같은 낡은 손목시계. 슬슬 새로 바꿔야는데.
...다음 보너스로, 사자, 그러자.
시곗바늘이 약속시간까지 30분 남았다는걸 알리자, 초조해하며 가방을 들었다.
니코네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만나기로, 했지?
지각할 수는 없다.
「아,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에 거울을 다시 한번.
이번엔 트윈테일의 높이를 최종확인.
방긋, 자신에게 미소를 건넨다.
응, 괜찮아.
그 시절의, 니코같아.
부츠가 아스팔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탁,탁하고.
나아가는 자신의 발소리에 맞춰, 심호흡을 했다.
뭘 이정도로 두근거리는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니코는 어른스럽게 휘둘려지지 않도록 해야해.
니코의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진 걸어서 15분. ...오늘은 10분정도 걸려버렸다.
어쩐지 빠른 걸음으로 와버렸다. 약속시간까지 너무 여유로운데...
왔으면 좋겠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
복잡한 심경으로 개찰구를 바라봤다.
딱히, 기대하고 있다거나 그런게 아니고
으~음, 뭐랄까, 정말 잘 모르겠다.
가방에서 거울을 떠내, 다시 체크.
흐트러지지 않았지? 오랜만에 한 트윈테일. 높이는 문제 없나?
「빨리 왔네」
「꺅...!」
니코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을 거울에, 마키쨩이 나타났다.
놀라서 거울을 떨어뜨려 버린다.
이젠 듣는데 완전 익숙해져버린 차분한 목소리.
니코의 뒤에서 나타난 마키쨩은 천천히 숙여 니코의 거울을 줍는다.
「니코쨩, 약속 지켜줬네」
그리고, 좋은 아침. 낮이지만. 이라고 고하며 주은 거울을 건네주었다.
깨지진 않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랄까 그게 아니고! 너무 갑작스럽잖아, 마키쨩!
불평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살짝 웃는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게 돼 아무말도 못하게 되선
무심코 아래를 바라보고 말았다.
어제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평소엔 니코를 계속 쫓아와서, 도망칠 곳이 없게 되는
그런 시선, 말투, 분위기였는데, 오늘은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지...?
「어젠 재밌었어?」
「어...? 아, 아아! 노조미랑 에리말이지! 재밌었어. 스즈키선생님도 오셨고」
「그래. 잘됐네」
그럼, 하고 마키쨩은 니코의 왼손을 잡는다.
마키쨩의 손, 차갑다.
혹시... 좀 기다리게 했을까.
아니, 니코 꽤 빨리 왔는데?
혹시, 그보다 먼저, 왔던거야?
「가자?」
아아, 또 그렇게 웃는다.
마치, 그림책 속에서 나온 왕자님처럼 시원스런 얼굴로 말하니까.
역시 니코의 가슴은 두근거리게 돼버린다.
「이런 식으로, 걷는거 오랜만이네」
알아차렸을 때는, 두사람의 손은 손가락과 손가락이 엇갈리며 겹쳐져 있었다.
「잠깐, 뭐하는건데!」
「뭐냐니... 손잡고 있잖아」
「그거 말고」
「상관없잖아, 오늘은 데이트, 니까」
차가웠던 마키쨩의 손이, 니코의 손으로 천천히 따뜻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 연인까리하는 손깍지 끼는 거지...?
이거, 큰일이다... 정말로.
쭉 잡아당겨져 조금 비틀거리게 돼버리자, 마키쨩은 걱정했는지 뒤돌아
니코를 보곤 또 미소를 지었다.
「응, 역시」
「...어?」
「귀여워. 그거. 좋아해, 나. 니코쨩의 트윈테일」
니코가 귀여운건 알고 있어.
왜냐면 니코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하는걸. 그건, 그렇지.
근데 왤까.
마키쨩이 말하면, 기쁘단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워져.
무심코 마키쨩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
이거, 어쩌면 좋지?
커다란 수조.
반짝반짝 빛나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이렇게 커다란 수조인데, 어째서 조금 서글퍼지는 걸까.
수족관은 어른이 되면 수조 속에 자신을 비추며
서글픈 심정이 된다. 왜그럴까.
「역시, 예뻐」
「수족관 오랜만인거 같다... 시내에도 있지만, 역시 다르네」
「그러네. 니코쨩, 딱히 멀리 안다녔을 것 같고, 여기 온적 없었을것 같아서」
으윽. 어차피 그닥 멀리 안돌아다녔네요.
보통 집에서 빈둥빈둥...이 아니고, 집안일하네요.
어떻게 아는건데!
근데 뭐, 상관없지. 왜냐면 지금 즐거우니까.
이렇게 멀리 나오는거, 오랜만이고.
마키쨩이 데리고 와준 수족관은 전철로 1시간 남짓.
바다와 닿아있는 커다란 수족관이었다.
평범한 데이트코스라 미안해, 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니, 니코 데이트 해본적 없으니까 괜찮은데...라고는 답할 수 없었다.
어쩐지 진 것 같아서.
그것보다도, 평범한 데이트코스라니
마키쨩 혹시 데이트 한적 있는, 걸까?
확실히 조금 행동은 어른스럽고
뭐랄까... 혹시 니코보다 경험히 풍부한건가!?
아, 안돼안돼!
그렇게
이야기를 전부 이상한 방향으로 받아들여 버리는게, 니코의 나쁜 버릇.
그만하자 그만.
별로, 마키쨩이 누구랑 데이트했는지 상관없잖아.
뭐어, 괜찮잖아. 니코랑 마키쨩은 지금, 수족관에 있고 그걸 즐기면 되는거니까.
평범한, 데이트코스, 로서.
「겨울 수족관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니까. 차분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해서」
도착한 시간이 시간인지라, 이젠 가족단위도 그렇게 많지 않다.
조그만 아이도 여기저기 있을 정도다.
있는 건 천천히 수조를 쳐다보는 커플과, 우리.
계속 깍지 끼고 있는 우리도 커플이라고 생각들할까...?
아니아니. 마키쨩은 고등학생이고. ...이렇게 어른스럽지만.
니코는, 27살이잖아. ...커플이라고 보일 리, 없지.
랄까, 왜 조금 아쉽다고 느끼는 걸까.
「수족관말야, 물고기가 사람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도록 어두운거래」
「그렇구나...」
「...하지만 분명, 그것때문만은 아닐꺼야. 기분이 차분해지니까, 난 좋아」
마키쨩의 옆모습은 역시, 아름다워서.
수조의 물을 반사하고 있는듯 근사했다.
순식간에 반하게 돼버려.
있잖아, 어떻게?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예뻐진 거야?
왜 지금 데리러 와준거야?
묻고 싶은것, 잔뜩 있지만, 말을 잘 못하겠다.
무슨 마법을 건거야?
「그러고 보니, 친구 중에 물고기 싫어하는 애가 있는데. 물고기 얘가하면 듣기 싫다고 말이 많아」
「그렇구나... 근데, 마키쨩 친구 있어!?」
「무례하네. 나한테도 친구정도는 있어」
아, 삐친 얼굴한다. 귀여워.
왜냐하면 마키쨩 어렸을 때 친구 전혀 없었잖아?
마키쨩네 엄마라든지, 유치원 선생님한테 상담받았는걸, 니코가.
제법이네...
「옛날엔 니코쨩만, 친구로 있으면 상관없어라고 말했으면서」
「뭘 히죽대는거야. ...애초에, 니코쨩은 친구가 아니잖아」
「에~? 니코, 마키쨩의 친구 아니야?」
「...그래, 내 공주님이니까」
당했다.
장난칠 생각이었는데, 최대 공격을 맞아버렸다.
훗하고 시원스럽게 봐봐, 또 웃으니까.
아무말도 못하게 되서 고개를 숙여버린다.
바보, 마키쨩은... 바보야.
그런거, 치사하다니깐.
「자, 저쪽으로 가자. 어서」
고개를 숙인채 얼굴이 새빨개진 니코를 보고 마키쨩은 기쁜듯 웃는다.
쭉 잡아당겨져 걷기 시작했다.
즐거워보이는 뒷모습을 보자 문득, 생각났다.
옛날같다.
니코쨩, 저리로 가자하고 마키쨩이 자주 니코를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은건가.
있잖아, 변하지 않은, 걸까?
변한건... 어느쪽일까?
「와아... 해파리」
「이쪽엔 여러 종류의 해파리가 있어」
「...굉장하다... 이렇게 찬찬히 본건, 처음일지도」
천장이 해파리 얼굴? 같아 보이는 걸로 되어있는 그곳은
해파리홀이라고 부르는 장소 같아서.
다른 수족관(이라 해도 아주 조금밖에 못가봤지만)에는 없는
해파리가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니코는 감동하고 말았다.
와아, 하고 여러 해파리의 수조 앞에 서서 바라본다.
마음이 진정된다는 건 이런걸 말하는 걸까.
「실은, 여기. 옛날에... 누가 데리러 와줬던 적이 있어」
「어?」
「니코쨩을 만나고 싶어서, 계속. 제멋대로였으니까, 나.
보다 못해 데리고 온거였지.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그랬구나...」
해파리를 올려다보는 마키쨩이 기쁜듯 말한다.
...누구한테? 라고 바로 생각해버렸다.
푸르고 투명한 수조와는 반대로
조금 검은 무언가에 마음이 이상한 응어리로 다시 지배당하고 만다.
오늘은, 정상이 아니네, 니코.
「지금 너는 해파리처럼 원하는게 확실히 보이지 않는 채로 헤엄치고 있을 뿐이라고.
정말로 그렇구나라고 느껴서... 그래서, 힘냈어.」
「...응」
「그랬더니, 만났어. ...니코쨩하고 다시 한번.」
조금, 쑥스러워하는 마키쨩의 얼굴.
...있잖아, 마키쨩. 왠지말야?
니코가 모르는 마키쨩이 잔뜩 있어서, 싫은걸지도 몰라.
왜냐면, 그날까지 계속 니코가 알고 있던.
마키쨩이 울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웃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왜그럴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멀어.
「왜 그래? 니코쨩」
「어...!?」
「울것같은 얼굴하고 있어」
걱정는지 빤히 바라본다.
에, 그런 얼굴했어? 큰일이다, 웃어야지.
미소를 만들어서, 즐겁게 지내야해.
왜냐면, 오늘은, 그... 데이트? 잖아.
「그런거 아냐. 자, 다른데 가자」
「그래」
얼버무리듯, 마키쨩의 손을 잡는다.
아, 왜 잡았지?
벼, 별로 상관없겠지? 왜냐면, 거기, 손이 있었는걸.
그렇다면, 잡아야지.
계속 이 손은, 니코가 잡아왔으니까.
「아, 니코쨩 위험...」
「꺅」
서둘러 걷기 시작하다, 아이와 부딪치고 말았다.
괜찮아? 라고 마키쨩은 니코를 걱정하지만, 그쪽이 아니잖아.
지금 걱정해야 하는 쪽은, 눈앞에 니코랑 부딪쳐서 울것만 같은 아이다.
「미, 미안! 괜찮니?」
「...으으」
큰일났다, 이거 울겠지?
5살정도의 남자아이. 니코랑 부딪쳐서 자빠뜨려 버렸다.
시선을 맞추려 웅크려,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미안해, 아프진 않니?」
「응...」
우와, 지금이라도 울것같아.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다.
어쩌지. 이거.
당황해서, 니코는 남자아이의 머리를 거듭 쓰다듬어 보지만, 역효과같다...
「...너, 몇 살?」
그런 니코 옆에서 웅크리기 시작한 마키쨩이 남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잠깐만, 마키쨩. 무섭잖아, 그 말투.
「다, 다섯살」
「...그렇구나. 있지, 울면 안돼. 울면, 멋이 없어지잖아」
「......으, 응」
「엄청 좋아하는 애한테 미움받을걸?」
「으...」
「그리고말야, 네가 웃으면 모두 행복해질거야」
그렇게 말하며 마키쨩은 남자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일으켜 세웠다.
그 모습을, 수조의 어둡고, 푸른 빛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눈을 썩썩 비비며 눈물을 닦고, 휙 돌아
억지로 생긋 웃고는 달려간다.
멍하니 있는 니코와 남자아이에게 손을 흔드는 마키쨩.
「...뭐야, 지금. 어, 얼마나 로맨티시스트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 비꼬는 말을 해버린다.
마키쨩 그런 소리 하는 애였어? 옛날엔 자기가 무지 울었으면서.
지그시 마키쨩은 보자, 조금 멋쩍은지 마키쨩이 웃었다.
「니코쨩이 말했잖아」
「에?」
「자주 우는 나한테」
마키쨩이, 이제 가자. 라며 니코의 손을 다시 잡고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을 보자, 평온한 그 시절이 니코의 머릿속에 퍼졌다.
『마키쨩, 울지마』
『그치만, 니코쨩하고 헤어지기, 싫어...』
『정말~ 마키쨩, 울면 안돼. 멋없어』
『...별로 괜찮아』
『엄청 좋아하는 니코한테 미움받을텐데?』
『...안 괜찮아』
『그리고, 마키쨩이 웃으면, 모두가 행복해』
자신의 목소리와, 그 시절의 마키쨩의 목소리가, 되살아온다.
왜지. 니코는 여러가지를 기억하면서도 잊고 있어.
맞아, 니코... 마키쨩한테 그런 소릴 했었지?
「니코니코니~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분명히 웃었을거야, 그 아이」
「뭣! 그런것도 기억하고 있어?」
「무슨 소릴하는 거야. 실컷 해댔으면서」
이제 안되겠다.
그렇게 기쁜듯 웃으면, 더이상은 안돼.
전부, 그립다고 생각할 수 없어. 과거가, 괴롭다.
어째서 니코는... 몇년이나 마키쨩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지?
아니, 생각은 했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내서 괴로워질 줄은...
있지, 니코... 마키쨩하고 계속 함께 있고 싶었어.
추억같은 걸로 삼지 말걸 그랬어.
얼추, 수족관을 즐긴 우리는 바닷가를 걷기로 했다.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귓가에 울린다.
모래 위를 걷고 싶지 않은 니코를 신경써서
마키쨩은 바닷가의 포장된 길을 걷자고 제안해 주었다.
「별로 안와서 그런가, 신선하다」
「뭐, 머니까 쉽게는 못오지」
「응...」
「바람이 기분좋다」
마키쨩은 니코와 떨어져 2, 3 걸음 천천히 걸어가더니 돌아본다.
아까까지 보고 있던 파랑에 비춰지던 마키쨩과는 다르다.
저녁노을이, 고이 그녀를 기리고 있다. 찬송가가 흘러나올 정도로, 아름다워.
「나말야, 계속 니코쨩하고 만나고 싶었어」
「...갑작스럽네」
「그래. 전하지 않으면 아까우니까.
......니코쨩은 아마, 아니라고 생각할테지만. 내가 사랑한건 계속 니코쨩이었어」
아아, 또 그렇게.
조금 전까지 들떠있던 아이와 같다곤 생각되지 않는다.
차분한 목소리로, 천천히 마음을 계속 부딪쳐온다.
그만해, 이젠 피할 수 없어.
왜냐면, 니코... 계속 생각했어.
이 마음이 뭔지. 해답이말야, 나와있다는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오늘까지 계속 외면했어.
아이인 마키쨩이.
건방지게 되서 니코를 놀리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알았어.
마키쨩, 계속 니코를, 좋아했구나라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느꼈어.
그러니까, 더욱 도망치고 싶어져.
왜냐고?
니코가... 바보니까?
「갑자기 나타나서, 고백하고, 거기서 끝낼 생각이었어.
그편이 멋지다고 생각했거든.」
바람이 다시, 두사람을 감쌌다.
바닷바람은 차가워서, 어쩐지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만든다.
「니코쨩의 얼굴, 오랜만에 보니까 더는 멈추지 못하게 돼버렸고.
더 여러가지 표정을 보고 싶다고 느꼈어.
그랬더니 학교에서 어제 만나니까, 역시 운명이구나하고.
...나만, 마음을 전해서 곤란하게 만들었네」
「그, 그렇지 않다고는 말못하지만! 그게 아니고, 그러니까」
뭘 말하면 좋지.
뭘 어떻게 하면, 이 가슴속에 빙빙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마키쨩에게 전할 수 있을까.
아니, 니코는 뭘 전하고 싶은걸까. 뭘 생각하고 있는거지.
똑바로 쳐다보면, 아무말도 못하게 된다.
똑바로 전해주면,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어진다.
항상 노조미나 에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농담처럼 말하면 돼?
「그러니까, 알려줘. 니코쨩의, 지금 마음.」
울것 같은 얼굴을 하곤, 양손을 잡는다.
바닷바람이 마키쨩과 니코를 어루만진다.
붙잡고, 놓지 않는다.
마키쨩의, 손바닥도, 그 눈도... 전부.
「...나, 좋아해?」
알고 있어.
이미, 알고 있었어.
사실은말야, 처음으로 유치원에 마키쨩을 데리러 갔을 때부터
아아, 이 아이랑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었어.
마키쨩이, 유치원 졸업하면, 조금 먼 똑똑한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들었을 때는말야, 충격먹었었다. 아~ 헤어지는구나하고 느꼈어.
그래도, 같은 곳에 살고 있었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라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진 항상 생각했었어.
하지만말야, 어쩐지 그런 자신이 창피해져서.
마키쨩은, 많은 다양한 미래를 보고 가야하니까, 이상하게 간섭하면 안돼라든지
여러가지 빙빙 생각하다보니, 니코, 이런 나이가 돼버린 거야.
그렇지만말야, 그날
만나러 와준 날에, 꽃다발을 갖고 얘기해준 말이 있지, 너무 기뻐서.
니코는 분명히, 이미 아주 전부터...
훨씬 전부터,
「마키쨩... 니코, 니코는말야......?」
분명,
잠깐만, 근데 전하면, 어떻게 돼?
이상하지 않아? 나이 너무 차이나잖아? ...상관없다고 말해줄래?
각오됐어? 니코는... 확실히 각오, 됐지?
그래도, 전해야해. 받기만해선, 안돼.
확실하게... 말해야해. 말로는 다 못할 지도 모르지만.
숨을 들이쉬고, 말을 하려고 한... 그 순간
「아~? 선배?」
「어!?」
각오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마키쨩이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돌아보자, 회사 후배가 싱글벙글 웃으며 달려온다.
큰일이다, 손을 뿌리쳤다. 아니, 그게 아니고
「누구야?」
이상한듯 마키쨩이 물어봤지만
니코가 대답할 틈도 없이, 후배가 다가와 말하기 시작했다.
「선배, 왜 여기 있어요?」
「......어!? 랄까, 이, 이쪽이 할말이거든!! 너, 너 왜 여기 있는데!」
「에~ 전 요전 미팅에서 만난 사람이 데려와준거에요!」
「그, 그래」
후배의 뒤에는 시원스런 남자가 있고
니코와 마키쨩을 향해 인사를 했다. 니코도 인사를 건넨다.
그건 그렇고, 이, 이녀석... 제법이네. 일할 때 뭐 하나 자기 미팅 결과 보고안한 주제에.
「선배야말로, 뭐하고 있어요? 아, 혹시」
「엑, 아아아니야」
「여동생이에요? 선배랑 하나도 안닮았네요!」
어? 여동생...?
뒤돌아, 마키쨩을 보자 시선을 피했다.
...왜 피해?
하지만, 그렇구나.
그렇지.
니코와 마키쨩으론... 친구로조차, 보이지 않는 거구나, 분명.
떨어져 있어서? 으~응, 아니.
걸어온 인생이, 분명 다르니까.
여러 복잡한 감정이 지금 니코에게 가득 있어서
잘, 표현 못하겠다.
「여동생... 아니야」
「에~? 그치만, 이렇게 어린애. 아, 친척이라든지?」
큰일났다, 니코. 울것같아.
아니지, 얘는 하나도 나쁘지 않아. 생각한 걸 말할 뿐이다.
니코도, 분명... 이런 두사람을 본다면 그렇게 말할거야.
「맞아」
생각한 것보다, 침착한 자신의 목소리.
응, 괜찮아. 이제, 괜찮아.
뭘 생각했어? 잊어버리자. 이건 더는, 무리니까.
「친척 애야. 데리고 놀러와준거야」
봐, 간단하잖아.
말따위 술술, 나온다.
이걸로 됐어, 이걸로 된거야.
「그렇구나~. 선배, 잘 돌봐주네요.」
「시끄러워. 자, 네 남친 기다리게하면 못써!!」
「아직 안사겨요! 월요일에, 보고할게요!」
그럼 갈게요, 하고 손을 흔들며, 후배는 남자의 곁으로 돌아간다.
...폭풍같다. 정말로.
아니, 그게 아니고. 틀려, 지금 신경쓰지 않으면 안되는 건...
마키쨩이겠지.
돌아보자, 마키쨩은 니코에게서 시선을 놓고, 바다를 보고 있었다.
...미안, 분명 상처입혔겠지.
그치만말야, 이게 정답인거야.
니코와 마키쨩으론, 그런 식으로 보일 순 없다는 거야.
「...친척, 이구나」
「그럴 수밖에 없잖아」
「그러네. 분명히, 니코쨩이라면 그렇게 말할거야」
상처받은 듯한 눈으로, 웃는다.
이제 저녁노을도 지겠다. 조금, 추워졌다.
파도 소리라든지, 바람이라든지, 그런거 전부, 슬퍼진다.
아아, 니코는 역시 안돼.
힘낸다고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든지 엄청 많아.
솔직해진대도... 분명, 좋은 일은 없어.
아무리, 그 시절처럼 트윈테일해봤자,
니코랑 마키쨩은, 더는 달라.
그 시절하곤 달라.
말하자.
이제, 마키쨩을... 놓아야 해.
「니코는... 마키쨩을, 그런 식으론 볼 수 없어」
마키쨩의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자신의 다리를 쳐다봤다.
몸이 떨리는건, 추워서 그래.
그닥, 아무것도 괴롭지 않아. 아~무것도.
왜냐면말야, 이렇게 도망치는거 익숙하니까.
자신의 기분이라든지, 꿈이라든지.
도망치는게 이기는거라고, 하잖아?
「그건, 몇년 지나도 그래?」
「...응」
「가능성은, 없구나?」
「......없어. 그도 그럴 것이, 마키쨩이랑 너무 차이나잖아. 아이로밖에 안보여」
「나이, 상관있어?」
「...윽! 상관있어!!」
마키쨩을 노려보자, 하고 얼굴을 들었다.
...그런데, 노려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마키쨩이 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웃고 있었으니까.
왜, 웃는건데.
『그리고, 마키쨩이 웃으면, 모두가 행복해』
『그럼, 웃으면, 니코쨩 행복해...?』
왜, 웃는거야, 마키쨩.
마키쨩이, 웃으면, 니코... 아무말도 할 수 없으니까 그만해.
그런 얼굴로 웃어도, 행복해질 수 없어.
「...있을 수 없으니까. 니코랑 마키쨩이 그런 관계가 되는건」
「......어째서?」
「그러니까, 니코는... 니코는말야...」
말해야 해.
상처입혀야 해.
더는, 쫓아오지 못하도록.
더는, 찾지 못하도록.
「마키쨩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웃는 얼굴로, 고했다.
생긋, 입꼬리를 올리고. 이런데서, 도움이 될줄이야?
이제 얼마만큼, 이 미소로 여러 위기를 넘겨왔을까.
전문대라든지, 회사라든지 많이 이 미소로 넘겨왔어.
그러니까, 괜찮아.
니코, 웃었잖아?
「...그렇구나」
「응, 그러니까, 이젠 안녕. 마키쨩한텐 더 젊고 귀여운 사람 나타날거야」
마키쨩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미소를 지우고 등을 돌렸다.
쓸쓸하네, 마키쨩의 뒷모습.
분명, 눈에 한가득 담은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니코한테 보이지 않게 하려는거지. 상냥해.
거짓말쟁이야.
아니, 틀려. 거짓말쟁이는 누구~게, 는... 니코네.
「니코쨩, 미안한데」
「뭐가?」
「전혀, 웃고 있지 않아」
마키쨩은 갑자기 뒤돌아, 니코를 껴안았다.
있는 힘껏, 꼬옥하고.
하지마. 더는, 이 이상. 괴로울뿐이야. 연상한테 차인거라니까?
빨리 새로운 사랑인지 뭔지 찾아서 걸어나가란말야.
「놔줘」
「놓을 거야. 근데, 마지막으로」
마키쨩은 니코를 껴안은채로, 귓가에 중얼거렸다.
「니코쨩, 좋아해」
간단한 그 말이, 마음을 또 아프게 한다.
꼬옥하고 안는 힘이, 아프다.
하나도 안멋있어, 마키쨩.
필사적으로 니코에게 매달리듯, 껴안는 팔에 힘을 주었다.
미안해, 미안.
니코가,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걸로 됐다고 생각해. ...최선이야.
언제나, 최선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돼.
어른은말야, 치사하게 살지 않으면 안된, 다구.
틀려, 그런게 아니야
겁쟁이 니코에겐, 마키쨩을 좋아할 자격따위 분명, 없으니까.
「니코는... 좋아하지 않아」
다시 한번, 대답하자 마키쨩은, 응, 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안녕, 이야.
「그럼, 니코는 여기서 돌아갈테니까, 나줘.」
「...」
「놓으라니깐!!」
안고 있던 팔에서, 도망쳐 등을 돌린다.
양쪽의 리본을 풀고, 머리카락을 해방시켰다.
트윈테일은 이제 두번다시 안하겠지.
한심한 얼굴로 또 전철에 타겠지.
가슴의 두근거림과도, 전부, 안녕.
마키쨩의 얼굴은 이제 보는 일도... 없겠지?
안녕, 마키쨩의 첫사랑.
안녕, 니코의...
분명, 이걸로 잘된 거라고 언젠가 누군가 너에게 말해줄 거야.
니코한테도, 누군가 말해 줄겠지.
해피엔딩이 되지 않은 첫사랑이야말로, 언젠가 아름답게 빛날테니까.
빛났을 때, 니코에 대해서 멋진 여자였었지라고 생각해줘.
괜찮아, 니코는.
이런 마음, 없애는 것정도 간단하니까.
눈물때문에 돌아가는 길이 안보이게 돼도
니코는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괜찮아, 분명.
도망치는게, 이기는거라고, 알게 되는 날이 언젠가 마키쨩한테도 올거야.
「니코쨩!!」
큰소리로 마키쨩이 뒤에서 불러 세운다.
호흡이 멈출 것 같아. 돌아보고 싶다. 하지만...
돌아보면, 안돼.
뒤돌아볼 자격따위, 분명히 없을 거야 이런 겁쟁이 니코한테는.
주르르, 눈물이 나온다.
닦으면 팔의 움직임으로 니코가 울고 있다는걸 들키겠지.
왜 울고 있을까?
슬프니까? 아니, 니코가 한심해서야.
숨을 못쉴 정도로, 운 적이 지금까지 있었나.
파도 소리, 저녁노을, 마키쨩의 목소리.
니코는, 가속하는 사랑에 빠져선 안돼.
왜냐면 상처받을뿐이고. 함께 있어도, 분명 여러가지 신경쓸 뿐이야.
있지,
눈물이란거 오렌지색이었네, 마키쨩.
석양이 이렇게나 눈물에 스며들다니, 니코, 처음으로 알았어.
미안해.
첫사랑을, 이줘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토록 겁쟁이라.
마키쨩이 그날, 니코를 찾아내준 그날부터
계속 꽉 옥죄어온 가슴의 통증은
틀림없이,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니코는, 몇번이고 마키쨩한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이제... 비뚤어지고, 세상 물정을 알아버려서.
여러가지를 질척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왕자님의 손을, 잡지못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는 되지 않는, 그저 쓸쓸한 공주님의 이야기.
Princess fled...
....Flee but wins?
Do you continue to the Next?
I don't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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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마키가 11살 차이나는 패러디 팬픽
1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72074
2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82496
3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91416
[catch the love]
작가센세 : 90 (http://www.pixiv.net/member.php?id=2252227)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각오했어.
끝까지 뒤쫓을테니까.
꾸물거릴, 틈 없었잖아. 각오해, 니코쨩.
새빨간 눈동자는 항상 도망가 버린다.
쫓아가도, 쫓아가도, 도망간다.
붙잡을 수 없는 건 나 스스로의 매력이 부족한 탓?
아니면, 당신이 겁쟁이인 탓일까?
어느쪽이든 좋으니
어서 껴안게 해줘, 니코쨩.
-마키쨩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푸른 수조와 붉은 저녁노을의 빛이 그녀와 함께 보면 특히 아름답다는 걸 안 날.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싫어하는 말을 들어 버렸다.
꼭 1주일 전쯤일까.
「의미를 모르겠어…」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도서관. 나밖에 없는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날의 그녀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움직여, 교복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연락처를 스크롤해 표시되어 있는 그 이름을 지그시 바라봤다.
『야자와 니코』
그녀는 나의 공주님. 오래 전부터.
어렸을 때, 갑자기 나타난 연상의 언니.
내가 유치원이 끝나면 데리러 와 주고, 같이 놀아 주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베이비 시터일까.
니코쨩은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었고, 여러 말을 가르쳐 주었다.
마마랑 파파가 가르쳐 주지 않았던 「고마워」와「미안해요」를 잔뜩 가르쳐 주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는 전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는 초등학교에 입학이 결정돼서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라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였다.
계속 좋아했다.
왜지? 어쨌든, 계속.
그래서, 계속 찾고 있었다.
찾고, 찾아내서, 마음을 부딪치면 흔히 있는 해피엔드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나는 아주 많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는 분명 내 마음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좀 아니었나 보다.
과감하게 신청한 데이트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NO」
마음을 받아주길 바라며 껴안았지만, 스르르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도망치는 거 참 잘해, 옛날부터.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걸.
옛날에도 그랬다. 용기를 내서 니코쨩의 집까지 갔더니 니코쨩만 이사갔다고 들었고.
보통 거기까지 푹 빠지게 만들어 놓고선, 멋대로 진학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이사를 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어린애같…네」
어떤 마음으로 그런 소릴 했을까.
데이트하는 도중까지는, 느낌이 좋았다.
어쨌건 나는 니코쨩을 좋아하고, 그녀도 적잖이 나를 생각해 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마지막으로 들은 말들은 전부 나를 상처 입히려 준비한 말이고.
그날의 저녁노을에 비친 니코쨩의 얼굴을 떠올린다.
울먹이는 눈동자, 조금 처진 눈썹. 하지만 똑똑히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전부, 거짓말 같은 대사에 거짓말 같은 말뿐.
미소가 잘 어울리는 나의 공주님은, 아무래도 어설픈 미소도 배운 듯 하다.
그런 미소를 지을 줄은 몰랐어, 니코쨩.
「어~, 마키쨩 이런데서 뭐하나? 땡땡이?」
「…네, 땡땡이 쳐요」
도서관의 뻑뻑한 문이 열린 동시에 들려온 태평스런 목소리.
시선을 그쪽으로 돌릴 필요도 없이, 안다. 토죠 선생님이다.
책을 정리하러 온 건지, 손에 몇 권 책을 들고 있었다.
「땡땡이 칠라믄, 보건실로 오면 되는데」
「그거, 선생님이 말하면 안되잖아」
「뭐~ 그렇긴 하재」
토죠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 뒤에 있는 책장에 정리하기 시작한다.
느긋하고, 유연한 말투가 학생들한테 인기 있지만, 나는 조금 불편하다.
전부 간파당하는 느낌이 드니까.
「마키쨩 정~말 어른이 됐구마」
「…갑자기, 뭐에요?」
「니콧치의 뒤로 곧잘 숨었으니까, 고마 생각나쁫다」
책을 정리한 토죠선생님은, 으~음하고 기지개를 키며 그리운 추억을 입에 담으려 했다.
…이런 때엔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절찬 실연 중이라고, 나.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줄은 몰랐대이」
「그래요…」
토죠 선생님은 니코쨩의 동급생이었다.
내가 니코쨩하고 놀았을 때, 가끔이었지만 토죠선생님도 같이 놀아 주었다.
그때는 「노조미」라고 이름으로 불렀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학교의 선생과 학생이니
일단은, 경의를 담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편이, 조금 내가 어른이 됐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뭘 그리 우울한 표정을 짓는데? 설마, 니콧치한티 차이기라도 했나?」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맘껏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온다.
아아, 이런 부분이야. 내가 불편해서 좀 거역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드는 건.
「지금 한껏, 싫은 표정했는데 정곡이구마」
「…뭐. 니코쨩한테 못들었어요?」
「못들었대이. 니콧치, 그다지 그런 얘기는 안해주니깐」
「그런가요」
조금이지만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구나… 무심코였지만
니코쨩은 그런 일, 금방 노조미… 토죠선생님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다. 만나거나 하지 않았을까.
연락은 하지 않는 걸까.
1주일 전에 본 작은 뒷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작고, 떨고 있던 그 뒷모습.
왜 그때, 억지로라도 다시 한번 껴안지 않았을까.
후회가 가슴을 스친다.
「니콧치, 옛날부터 누구를 좋아하게 됐다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라든지 해주질 않았으니까」
「…그래요」
「그래서, 그날 마키쨩하고 학교에서 만난 날의 니콧치를 보고 놀랐었대이?
술자리에서 계~속 마키쨩 얘기만 해갖고
아, 니콧치 역시 좋아하는구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던 모양이구마」
「가슴에 박히는 말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긋한 말로, 또 싫은 소릴 한다.
이런거엔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굉장히 짜증이 난다. 나는 역시 어린애다.
토죠 선생님은 왜 이런 소리만 하는 걸까.
애초에 땡땡이 치는 나를 혼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읽지도 않은 책을 큰 소리를 내며 덮었다.
「어라, 교실로 돌아가려꼬?」
「…아뇨, 오늘은 조퇴할게요. 선생님들께 적당히 말해 주세요」
「뭐꼬 그건, 엉성하대이」
깔깔, 하고 웃는 토죠 선생님을 그다지 안보려
일어서 책을 정리한다.
슬슬 5교시도 끝난다. 6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조퇴해도 거리에선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돌아가서 피아노라도 치자.
「니콧치도 도망치고, 마키쨩도 도망치뿌면 누가 누구를 잡을 수 있으려나」
「…갑자기, 뭐에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문에 손을 대려했을 때 묘하게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
무의식중에 뒤돌아, 그녀를 노려봤다.
도망쳐? 누가? 내가?
「마키쨩은 모르겠지만서도, 니콧치는 무~지하게 귀찮은 여자아이대이」
「아뇨, 이젠 비교적 알고 있어요. 귀찮다는 점은」
「그런데도 좋아하는 거재? 그럼 와 마키쨩까지 도망치나?」
「하? 별로 도망치는거 아닌데요…지금, 집에 가려고 한 것뿐인데」
나는 별로 도망치려고 한 게 아니다. 그냥,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도망친 건, 니코쨩이다. 내가 계속 뒤쫓았는데.
여러 서투른 핑계를 늘어놓고, 눈동자를 글썽이며 도망쳐 가버렸다.
내가 뭐한테 도망쳤다는 거야.
「뭐, 개안치만. …왕자님은 그런데도 억지로 빼앗으러 가는 것이, 왕자님이지 않나?」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누구라도 처음부터 왕자님은 아니라는 얘기대이」
「잘 모르겠으니까, 갈래요. 안녕히 계세요.」
실실 웃는 토죠 선생님한테 초조함이 최고조로 심해진다.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쪽도 이대로 물러설 생각 없는데.
「정말 그대로 개안켔나? 마키쨩도, 시간 없지않나? 이제 조금있으면…」
「읏…!! 그 얘기, 하지마세요」
「둘 다 도망만 쳐뿌네」
뒤돌아, 그녀를 맘껏 노려보았다.
내가 노려본다한들 그녀에게 통할 리는 없겠지만.
변함없이 웃고 있는 모습에 싫증이 나서, 한껏 도서관의 문을 닫았다.
유치하다, 나. 이대로 좋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여러가지가 한시적으로 몰려온다. 그런데, 지금 이 이상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모를 뿐이라고.
…나는 계속, 좋아했으니까.
붙잡기 위해서, 살아왔어.
니코쨩은 핑계만, 댔다. 그때.
그런거 전혀 상관없는데.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데.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만 해주면 되는데
그때, 맞아.
니코쨩의 아는 사람이 나타나고 나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뭔가, 전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만 그녀는 분명히 신경썼다.
나이 차이가 나니까, 라든지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아, 라든지
좋아하지 않아, 라든지
그럼, 뭔데?
11살이나 차이가 나면, 좋아하게 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거야?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여러가질 신경쓰는데?
이성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어떻게하면, 가질 수 있어?」
5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려 퍼진다.
사랑의 종료 소리같아서 조금 애달프다.
가슴에, 머리에 울리는 그 종소리가, 지금 가장 싫다.
앞으로 1시간 남은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향했다.
드문드문 다른 고등학교의 교복이 가끔 보여서, 조금 안심했다.
조퇴한 아이라고 여겨지며 길을 걷는 건 성가시다.
아까 가방을 가지러 간 교실에서 린과 하나요에게 걱정 끼친건 조금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별로 얘기한 적 없는 여자아이들에게도 걱정을 끼쳤다.
모두 상냥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죄책감이 심해졌다.
나는 니코쨩에 대한 것밖에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조퇴한다니.
이런 거, 나답지 않네.
횡단보도를 건너자, 눈앞에 어린아이들이 뛰면서 앞질러 갔다.
자신의 어렸을 때와 바로 겹쳐졌다.
몇년동안, 계속 마음에 담아왔을까.
벌써 시간따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지만.
만날 수 없다, 라고 포기했던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찾아냈다.
하지만, 다시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째서?
어딘가에서 나도 무서우니까?
그녀 자신을 잃어버리는게? …바보같다.
가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고 결심했는데.
항상 중요한 부분에서 한발 내밀지 못하는게 내 나쁜 점이다.
「어머, 마키잖니」
눈앞을 걸어오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오늘은 철저하게 운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토죠 선생님한테 한소리 들어서 어른은 제멋대로 말하지 마라고 생각했는데
마찬가지로 또 그런 말투를 쓰는 사람하고 만나다니.
「안녕하세요. 여전히, 금발이네요」
「너말야… 오랜만에 만나서 그거니? 이거, 원래 그런거야. 옛날에도 설명했잖아」
에리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옛날과는 다른 분위기로 웃었다.
확실히 뭐, 옛날에도 그렇게 들었지만. 쿼터였지? 이 사람.
항상 니코쨩하고 함께 있던 사람. 나랑 니코쨩이 놀고 있을 때 방해하러 온 사람.
옛날과 조금 다른 건 미소의 분위기만이 아닌 것 같다.
정장 차림에, 조금 높은 힐, …사회인이구나, 이 사람도 역시.
그야 그렇겠지. 여러가지로 시간이 흘렀으니까.
「영업일 때문에, 외근나와서. 노조미를 만나려고 학교에 얼굴이라도 비치려고 생각했는데… 어라, 너 학교는?」
「조퇴했어요」
「헤에. 아파보이지는 않는데. 뭐, 좋아. 시간 때우기. 같이 해줄래?」
「하아? 조퇴했다니까요」
「상~관없잖아. 그렇게는 안보이고. 캔커피정도는 쏠게」
아, 캔커피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말로 내뱉으면 귀찮으니까 관뒀다.
갈 리가 없다. 오늘은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서 피아노라도 치는 거다.
여러 준비를 하면서.
「아뇨… 괜찮아요」
「상관없으니까. 응?」
에리는 내 손을 강제로 잡고 걷기 시작한다.
강제적이다…나처럼. 아니, 그게 아니고…
「잠깐… 저, 조퇴했는데」
「네~네~」
꼭하고 잡힌 손목이 아프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정말!
황금빛 포니테일이 흔들리고 있는 그 뒷모습. 어렸을 때 본 거랑은 조금 다르다.
자신에 가득 차있는, 그 뒷모습.
저항하는 건 아무래도 소용없을 것 같다.
「놔주세요. 혼자 걸을게요」
「그래? 그럼 가자」
아아, 이 사람 역시 그때랑 변하지 않았다.
역시, 귀찮은 사람이다.
「그래서, 공원인가요?」
「캔커피랑 여고생의 고민이라 하면 공원일까해서」
「…고민 안하는데요, 별로」
「거짓말. 얼굴에 잔뜩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써있단다」
자아자아, 하고 조금 달듯한 캔커피를 건네받고 벤치에 앉혀졌다.
이상한 느낌. 이 사람하고 이렇게 여기에 있다니.
니코쨩의 친구로 항상 니코쨩을 혼내고, 나랑 놀고 있는 니코쨩을 데리고 나가고.
에리랑 만나게 할 니코쨩같은 건 없다고 곧잘 내가 싫어했었지, 이 사람을.
토죠 선생님… 노조미는 글쎄, 어딘지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조금 불편해. 똑바로 바라보니까.
「니코하고 잘 안되는 거니?」
「부훕…! 갑자기, 뭔데!」
「어머? 아니야? 틀림없이,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의미를 모르겠어…」
내뿜은 캔커피를 닦기 위해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핑크색의 천손수건. 벌써 몇년이나 사용해서 헐어 구겨졌다.
「토마토 아플리케가 달려있네, 귀여워」
「뭐…」
「니코가 달아준 거니?」
「옛날에」
그래, 옛날. 니코쨩이 내 손수건에 토마토 마크를 달아 주었다.
소중히 써야해, 라고 말했으니까 소중하게… 무척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야 가끔은 다른 손수건도 사용하지만, 이것만은 특별하다.
나랑 니코쨩이 어렸을 때 함께 있었다는 증거같은 거니까.
「그래서, 니코랑은 어디까지 나갔어?」
이번엔 캔커피를 떨어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이 사람… 분위기 파악못하는 건가. 의외로 이상한 사람일지도.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다니 어떻게 된 것 같다.
뭐, 질문에는 대답하지만. 동요하고 있는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대답해 주자.
「별로. 차였는데요」
「그렇구나…. 뭐! 에에! 찼어!? 니코가!? ニジャアールナ!」
「…뭐에요? 그 소리」
「미안. 이성을 잃으면 러시아어가」
아, 정말로 쿼터였구나, 라고 당황하는 에리를 보며 냉정히 생각했다.
그정로도 이성을 잃을 일인가.
아까 노조미도 말했지만, 역시 이 사람도 니코쨩한테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 보다.
「니코쨩한테서 아무것도 못들었군요」
「그래. 그 애, 별로 그런 얘기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요전에 만났을 때 네 얘기만 잔뜩했어」
「그런가요」
「엄청 웃으면서. 연하인 주제에 건방지게 여러 소릴 한다고
…말이랑은 거꾸로 엄청 미소를 띠고 있어서 틀림없이…」
「뭐, 차였습니다」
「그, 그렇구나」
노조미는 알고 있는걸까, 라고 투덜거리며 에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댄다.
뭐야 그런식으로 내 얘기를 했어?
미소…였구나. 내, 얘기할 때. 분명, 두사람에겐 행복하게 보였겠지.
하지만, 들은 말은 마음을 향한 거절이었다.
연하니까, 라든지, 좋아하지 않아라든지, 앞으로도 좋아할 수 없어, 라든지.
그렇다면 키스했을 때 더 잘 도망쳤으면 좋았잖아.
같은 마음이라고, 같은 마음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를 댄다는 건, 싸우기 전부터 차여 있었다는 거야?
「저, 그렇게 어린애로 보여요?」
「어?」
「아뇨, 니코쨩, 연하라는 거 신경쓰는 눈치였으니까.
어쩌지 못하는 것만 나한테 말하고 도망쳐 버렸으니까요」
…왜 이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물어보고야 말았을까.
말을 꺼낸 후에, 후회한다. 별로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도 뭣도 아니었는데.
에리는 약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으~음하고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진지하게 대답해줄 생각인가보다.
문득, 시선을 비키자, 공원 정글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조금 큰 아이가 걱정스러운 듯 보고 있다.
놀고 있는 아이와 지켜보고 있는 아이. 분명 그렇게 나이 차이는 나지 않는다.
저정도의 나이 차이였다면 받아들여 주었을까?
좀더 빨리 태어났으면 좋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니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계속 쫓을 수 있었던 거잖아?
머릿속에 빙빙, 여러가지가 뛰어 돌아다녔다.
「아~…맞아, 니코는 이상한 데가 약하니까」
「저기…답이 안되는데요」
「응. 대답해줄 생각 없는걸.
그런건 자기가 결론을 내야하는 거니까. …영차」
에리가 던진 빈 캔커피는 쓰레기통에 깔끔하게 들어간다.
소리를 내며, 짤랑, 데구르르하고.
저녁노을 빛이 깊어져간다. 조금 춥다. 아직 봄은 오지 않는다.
벚꽃이 폈을 때, 나는 니코쨩 옆에서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를 찾아낸 날, 그렇게 생각했어.
봄이 왔을 때, 나는 누구 옆에 있을까.
아니, 봄이 왔을 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넌 니코가 어려워하는 타입이야.
분명히 금방 여러가지 전하려고 하지? 니코는 그래 보여도 약해서 도망치는 일이 많으니까
직구승부를 어려워한다고 생각해」
「하긴, 그런 느낌이네요」
조금 울컥한건, 자신보다 니코쨩을 알고 있는 이 사람한테 화가 났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니코쨩은 웃고, 화내고 항상 빛나고 있었다.
약한 부분따위 본 적 없었다. 니코쨩은 내 아이돌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직구가 어려워?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사람인데?
그럼, 뭐야? 나의 전하는 방법이 이상하다는 거야?
여러가지 그녀에게 전했던 말, 동작을 떠올린다.
달리 뭔가 해야 할 말이 있었나하고.
하지만, 생각해봤자 나는… 좋아한다는, 것밖에 전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게 넘쳐서, 껴안고 싶어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서.
좋아한다, 고밖에 말 할 수 없다, 나는.
「니코, 좋아하지」
「네. 계속 전부터. 그 사람밖에 안봤어요」
「후훗. 그런 점이려나. 니코, 무서운거야. 행복해지는게. 항상 그런 종류의 이야기한테서 도망쳤으니까」
「분명히, 뭐, 도망치는거 빨랐어요」
「그렇지?」
에리는 으~음하고 기지대를 켜고 정글짐에 있는 아이들을 봤다.
귀엽네, 너도 저런 느낌이었을까, 라고 웃으면서.
「전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얼마나 니코를 좋아하는지」
「꽤 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하지만 그거 말고… 얼마나 니코를 좋아하는지… 마음을 전하는건 꼭 말뿐이라고 할 순 없어」
「…에?」
「니코가 도망치지 못하게, 마음 깊은곳에 전할 수 있는
뭔가로 전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안하면 그 애… 이대로 쭉 행복으로부터 도망칠테니까」
마음을 전할 수 있는건 말뿐이 아니다.
뭐야 그거… 조금 의미를 모르겠어.
왜냐하면, 말로 꺼내서 전하면 상대의 귀에 닿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은 방법이 있다는 거야…?
「말뿐으론, 안되는 건가요?」
「그래… 어른이 되면말야, 잊어버려. 혼란해 버려. 그러니까, 말뿐만 아니라 뭔가로
깨닫게 된다면, 생각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 겠지?」
「…어른은 성가시네요」
「맞아. 어른이 되면 될수록, 겁쟁이가 되니까」
겁쟁이…라. 나한테는 잘 모르겠다.
모르니까, 좋아한다, 고밖에 전할 수 없었던걸까.
마음을 전하는건, 말뿐이, 아니다…인가.
본의 아니게, 자신의 마음속이 뭔가 움직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겁쟁인가보네요. 어른은」
「그래…. 그리고말야, 니코, 잠깐 외톨이였던 적이 있었으니까, 무서운 걸 거야. 분명히」
「에?」
「행복해지고, 누군가와 붙어있고, 보호받고. 글쎄~ 내가 말하면 그 애 화내겠지만… 무서운거야」
어른은 잘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걸론 안된다고 한다.
말로 전하는 걸론 안된다고 말한다.
무섭다든지, 행복으로부터 도망친다든지… 뭐야 그거.
그리고, 이 사람이 내가 모르는 니코쨩에 대해서, 잔뜩 알고 있는 거 역시 화가 난다.
그래서, 내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밖에 보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전하기만 했던 것이 화가 난다.
화가 나지만…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잖아.
외톨이였던 적이 있어?
들은 적 없어…. 아니, 나 니코쨩에 관해서 모르는 거야. 역시.
「무서워하지 않는 방법 있어요?」
「글쎄… 그 애라면 억지로라도, 키스하면」
「그거 했어요」
「…그, 그러니. 그럼,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너 나랑 닮았어. 분명히 전하기만 하지?」
어쩐지 알고 있다는 듯 말한다. 역시, 이 사람 불편해.
불편하지만, 전부 정답같다.
아~ 정말, 어른은 성가셔. 계속 첫사랑을 뒤쫓아온 나도 성가시지만.
정말, 별 수 없네.
알면 돼, 분명히. 전부 당신에 대해.
그래서 나를 알게 해주면 돼.
행복같은 거 무섭지 않다고. 무서워도 둘이라면 괜찮다고.
알았어.
우물쭈물거렸다.
이제, 시간이 없어.
내 마음을 전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아아, 그래.
그녀에게 마음껏, 전해주자.
「이제부턴 절대로 혼자로 안만들어」
「어?」
「니코쨩의 옛날에 뭐가 있어서 뭘 무서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니코쨩을 좋아해.
도망치면, 뒤쫓아가 줄거야. …이미 훨씬 전부터 몇년이나 뒤쫓고 있는걸」
에리처럼 빈 캔을 던져, 쓰레기통에 넣는다.
짤랑, 데구르르, 소리가 난다.
정글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쭉 즐거워보인다.
미래에 대한 것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걸로 가득 즐겁게 웃는다.
나는 어른이 됐어.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에 대해서 잔뜩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하면 행복해질지 생각하고 있어, 니코쨩.
「그래. 니코는 행복한 사람이네. 거기까지 계속 마음에 담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맞아. 나도 행복해. 니코쨩을 계속 좋아하고 있어서」
「그런거, 니코한테 말해줘」
에리가 살짝, 웃는다.
어쩐지 쑥스러워서, 얼굴을 돌린다.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오늘밤은 별이 보이려나.
비장한 쇼타임에 별이 가득 수놓은 밤하늘은 필요, 하잖아.
부디, 맑아야해, 오늘밤.
「나, 갈게요. 시간없어. 만나러 갔다 올테니까」
「어머? 바로, 지금부터 도전하러 가는거야?」
「…아뇨」
웃고 있는 에리에게, 흥하고 당돌하게 미소를 짓는다.
더는 지금 나한테 고민따윈 없다.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 어딘가 카페에서 마음을 전할 말을 늘어놓자.
그게 끝나면, 게임은 계속되지. 생각할 틈, 없겠어.
「지금부터 도전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10년 전부터 쭉 도전자야」
아아, 시간이 아깝다며 에리에게 손을 흔들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서 숨이 차도, 계속 달리고 싶다, 있지, 푹 빠졌어, 니코쨩.
어떡하지, 지금 또 만나고 싶어서 멈추지 않아. 계속, 계속 예전부터 그랬지만.
만나고 싶어서, 껴안고, 키스를 해주고 싶어.
이번엔 행복으로부터 도망친 공주님의 눈을 뜨게 만들 비장의 달콤한 키스를.
내달려야만 해. 꾸물대고, 풀죽어 있을 시간 정말로 없으니까
그녀의 마음이 닫혀버리기 전에 공주님의 눈을 뜨게 만들어야 해.
몇번 차인다해도, 몇번 같은 이유로 거절당한다해도
그녀를 뒤돌아보게 만들 시간에 노력을 아껴선 안돼.
「만나러 갈게, 니코쨩」
이젠, 전부 전부 전해서
눈감고 있을 틈따위 없을 정도로, 가속한 사랑에 함께 빠지자.
있잖아, 니코쨩.
그날, 분명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어. 아니, 착각이 아니라면 아주 옛날부터.
이 이상 기다리게 하다니, 어떻게 된거 아냐.
솔직해져봐. 이제, 그건… 사랑, 이잖아?
솔직해지지 못하겠으면, 내가 전부 안아줄테니까.
겁쟁이라, 도망치기만 하는 나의 공주님.
각오해, 내가 반드시 붙잡아줄게.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나밖에 없어. 내가 당신의 첫번째가 될 거야. 반드시.
내 품속에서, 행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도록… 자아, 공주님을 모시러 가자.
Are you Ready? my princess...!
I say No1 !! My love Only One!!
I want to
catch the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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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코마키가 11살 차이나는 패러디 팬픽
1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72074
2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82496
3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391416
4편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486476
[Ready to Run My Love]
작가센세 : 90 (http://www.pixiv.net/member.php?id=2252227)
...겨우, 시작할 수 있을지도.
최고의, 사랑을.
붉고, 붉은 저녁노을과, 그녀의 미소.
싫어, 라고는 말 못했다.
말하면, 전부 예전부터의 일, 모두 사라져 버릴 테니까.
『니코쨩한테는, 보물, 있어…?』
조그만 마키쨩이 슬픈 듯, 니코의 손을 잡아 끌며 말한다.
그만해, 그런 표정. 이 세상이 끝나 버린 듯한 표정 짓지마.
니코가 상처입힌 것 같잖아.
목소리를 내서,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마키쨩을 만질 수는 없다.
조그맣고, 작은 그 몸이 떨리고 있다.
『니코쨩의, 보물이, 되고 싶어』
당연하지.
니코의 보물은 언제든지, 마키쨩하고 함께 있었던 시절이야
그러니까, 그런 슬픈 표정 짓지마… 응?… 부탁이야.
부탁이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니코가 도망친 거… 후회해 버리니까.
그게 맞아. 전부, 보물로 만드는 건, 그게… 맞다, 구.
「…꿈…?」
무거운 눈꺼풀을 열자 평소와 다름없는 천장.
어쩐지 춥더라니…, 하고 침대 발밑에 떨어져 있는 이불이 눈에 띈다.
3월이 됐지만, 아직도 기온이 오르지 않고, 연말은 끝나지 않는다.
매일같은 잔업과 연속 근무로 몸은 녹초가 됐다.
겨우 어제, 12시 전에 잠들었다 했더니, 이거다.
이상한 꿈을 꾸고, 이불은 못덮어서 조금 한기가 돈다.
「감기, 걸렸으려나…?」
열이 나는지 모르는데, 일부러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댄다.
…역시 모르겠다. 목이 조금 아픈데, 건조한 탓인가.
슬슬, 준비해야지하고 머리맡에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응, 지각은 안하는 시간에 일어났다.
―이거, 내 번호―
「…읏!」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리자, 머리를 크게 흔들었다.
전까지는 없었던 그녀의 조각이 여러 곳에 존재해 싫어진다.
「자~ 오늘도 일하자」
침대를 빠져나와, 으~음하고 기지개.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사회인의 철칙.
그녀의 마음에 대답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 따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재킷과 와이셔츠를 옷장에서 꺼내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댄다.
어느 틈에 이런 어른스런 옷을 입게 됐구나하고 어쩐지 기가 찬다.
그 시절처럼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만큼 웃는 일 따위 드물었다.
문득, 거울 옆에 있는 액세서리함이 눈에 들어온다.
새빨간 리본. 그날, 마키쨩과의 데이트에 달고 갔던 리본.
귀여워라고 말해 주었다.
이쪽이 좋다며.
하지만, 그런 마키쨩을… 니코는….
「또 생각해버렸어…」
그날부터 이것의 반복이라 싫어진다. 머리를 붕붕 다시 흔들었다.
싫증날 정도로 떠올린다.
벌써 그날부터, 1주일 좀 지났는데, 전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늘한 표정, 하지만 같이 놀러 갔을 때는 조금 어린아이같아서
조그만 손바닥이었던 그녀가, 아름답고 보들보들한 손이 되었다는 것
왜일까, 별로 자신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었을텐데.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뜻일까.
「자~ 일하자! 응, 일하고 있으면 괜찮아」
자, 거울 앞에서 웃자. 평소 같은 미소.
닛코니코한, 마법의 미소.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마법의 미소.
「으~…」
「요즘 끙끙대기만 하시네요. 소에요?」
「…으우~. 뭣, 소아니야! 뭔 소리야!」 (※もう(모우/정말)는 소울음소리랑 같은 소리, 대충보자)
일이 일단락된 점심시간. 평소처럼 후배와 구내식당에서 점심.
후배는 여전히 독설을 던지지, 일은 바빠서 녹초가 됐지.
연말이 이렇게 바빴었나.
「선배, 요즘 뭐에 홀린 듯 일하지 않아요? 잔업 장난아니던데」
「아니 뭐 연말이잖아. 경리가 홀린 듯이 일 안하면 어쩔건데」
「그렇긴 한데요, 뭔가 엄청난 얼굴로 일하고 있으니까. 뭔~일 있었나해서요」
아, 부장님한테 싫은 소리라도 들었어요? 라고 그녀는 웃으며 놀린다.
별로 아무 일도 없다. 그저 조금 일에 몰두하는 편이 편할 뿐이다.
여러가지, 그 애의 얼굴, 떠오르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
일해서 컴퓨터 속의 숫자를 보고 있으면 안정돼.
해야할 일이 그곳에 있고, 그거만 보면 되잖아.
왜냐하면 그 편이 편하다는 거, 니코 알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선배는 그다지 자기 얘기 안하시네요?」
「…갑자기 뭐야」
「아뇨 그게, 그렇게 예쁜 친척애가 있다는 거 몰랐으니까요」
햄버그스테이크를 잘라 나누던 젓가락이 멈춘다.
얼굴을 들자 후배의 미소. 갑자기 뭔데. 아마 지금 엄청 멍청한 표정하고 있을 거다.
「그러냐」
「그렇게 예쁜 애, 선배하고 같은 피가 흐른다니 생각할 수 없잖아요」
「…뭐, 그렇지」
「게다가, 좀 좋은 분위기같아 보여서, 틀림없이」
「………으윽! 그렇게 보일 리 없잖아!!」
무심코, 무심코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고 말았다.
젓가락을 식탁에 내팽개치며, 힘껏 의자에서 일어나 버렸다.
어째서 이렇게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왜일까, 눈앞이 새빨개졌다.
새빨간 저녁노을, 마키쨩의 미소, 싫어질 수 없는, 미소.
기억나게 하지 마, 여러가지, 기억나게 하지 말아줘.
그때의 마키쨩의 표정, 이라든지
그때의 니코가 했던 말, 이라든지
그때의 저녁노을의 빛, 이라든지
전부, 전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단말야.
그런데, 「좋은 분위기?」 뭐야 그거… 진짜, 어떻게 된거 아냐.
「선배, 의외로…」
「윽…! 뭐가!」
「목소리 짱 크네요. …놀랐어요」
눈앞에는 당황한 후배. 문득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변을 조마조마하며 살핀다. 그러고보니 여긴 구내식당이었다.
미안…하고 작게 후배에게 사과하고 의자에 고쳐 앉는다.
바보, 같다. 울컥하고. 듣고 싶지 않은 거였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였어?
초조해서 큰소리를 내고 부정하고 바보같다, 정말… 바보, 같아.
꽈당, 하고 의자에 고쳐 앉는다.
눈앞에 있는 햄버그스테이크 정식이 전혀 내키지 않는다.
아아, 오늘 맛있어 보였는데. 기분 하나로 식욕이 변해 간다.
「아~ 정말! 선배! 오늘 한잔 하러 가요!」
「하? 하아!?」
「뭔가 꿀꿀해보이고! 네? 요전 제 남친후보 부를테니까요!」
「하아!?」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얘는.
하지마, 라고 소리를 내서 멈출 틈도 없이, 그녀는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하기 시작했다.
「멤버, 모아둘테니까요! 자, 빨리 드세요! 점심 휴식 끝나겠어요!」
저항할 수 없는 미소로 그렇게 단호히 말하자 가슴속이 근질거렸다.
그녀가 전화 건 상대와 뭔가 이야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눈앞의 햄버그스테이크정식을 단숨에 먹는다.
뭐냐고, 정말. 작작 좀 해.
최악… 이런 때에, 그런 술자리라니. 더구나 인생 첫번째… 미팅이겠지, 분명.
뭐, 괜찮으려나.
뭔가로 시름을 덜어내는 편이, 편하겠지.
니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생각하고 싶지 않단말야.
오늘은 잔업 금지에요, 라고 후배에게 일하는 사이에 계~속 들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잔업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 수고하셨습니다.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가자 벌써 3월인데도 묘하게 추워져 있었다.
「춥다…」
「어지간히, 봄은 안오네요」
「…그러네」
「그럼, 갈까요!」
망설이지 말고 고~! 고~! 라고 밝은 목소리랑 미소를 띤 후배에게 끌어 당겨진다.
아~아, 무슨 얘기를 하면 되려나. 모르는 사람들하고. 소주라도 마실까… 관심들 가지려나?
아니지, 이런 건 누군가의 취향을 노리고 귀여운 걸 마셔야 하는 건가?
잠깐, 별로 그런 거잖아.
대충 보내고, 대충 끝나면 돼.
니코의 왕자님은 분명히, 없으니까.
없다구, 쭉.
체인점 선술집에 도착해, 후배가 모은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다.
뭐, 그런대로의 사람들. …이런 거 제법 긴장하려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다.
자리에 앉아, 마실 것을 주문하고 가볍게 자기소개.
야자와 니코에요, 라든지 말하자 상대들은 「귀엽네~ 몇살?」이라고 나이를 물어왔다.
실례잖아? 꽉찬 27살인데요.
「27살로 안보여」라든지
「엄청 귀엽네」라든지
「쉬는 날 뭐해?」라든지
「그 옷 귀엽다?」라든지
잔뜩 여러 사람에게 질문 받는다.
「27살이에요」라고
「그런, 귀엽다니 그만하세요」라고
「쉬는 날엔 쇼핑해요」라고
「일할 때 입는 옷이니까 그렇지는」이라고
잔뜩 여러 사람에게 대답한다.
오지 않는 게 좋았다.
진짜로, 오지 않는 게 좋았어.
이거라면, 자신이 누군지도 몰라. 익숙해져 버린 만들어낸 미소로 웃고 웃고 술 마시고.
이게 미팅이라는 녀석일까. 이런거 경험안해도 되잖아.
왜냐하면 재미없다.
왜냐하면, 재미없어… 마키쨩
「아…」
봐, 또.
여러 사람하고 얘기해도, 그녀가 떠오른다.
잊으려 해도, 그때의 표정이 니코의 머릿속에 나타나.
잊으려 한다는 건, 잊을 수 없다는 뜻일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뜻일까.
모르겠어, 정말.
술은, 세고. 하이볼은, 잘 못하고. (※ 하이볼 =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 음료)
오징어 튀김은, 딱딱하고. 애초에 오징어, 안좋아하고.
몰라, 좋아한다든지, 그런 거.
빙빙, 돈다. 술과 모두의 메마른 웃음 소리가.
뭐야 이거… 전혀 즐겁지 않아
『니코쨩이…』
마키쨩… 니코는말야
니코는… 뭐였지… 것보다… 큰일났다, 머리, 아파.
꽈당하고 큰소리가 나자 깜짝놀란다.
아무래도 자신의 음료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모두 당황하며 물수건을 내밀어 주고, 점원을 불러주었다.
이렇게 여러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전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하고 또 생각해 버린다.
「서, 선배 괜찮아요!?」
「…으~, 그럭저럭」
「저기, 바래다줘」
「그래, 내가 니코쨩 갖고간다~」
친한 듯이 몸을 만져댄다.
토할 것 같다. 이거, 술 때문이 아니다.
싫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 누군에게 만져진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야.
마키쨩한테는 만져지고, 키스당해도 싫지 않았다.
어째서?
알아.
이젠, 알고 있다구.
그녀에게만 만져지고, 싶다는 것쯤.
「저기, 진짜 괜찮아?」
「이제 여기까지면 돼요」
발걸음이 비틀거린다, 라는 이유때문에 잘 모르는 녀석이 바래다주는 돌아가는 길.
최악…. 따라오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친한 듯 만져댄다.
그만해, 진짜로. 요즘 이런 일뿐이다.
「어디서 쉬다 갈래?」
「아뇨, 정말 괜찮아요. 여기까지, 면」
「여자애를 내버려둘 순 없잖아」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해도 멋있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오렌지빛 가로등이 니코를 비춘다. 그 위에는 도쿄인데도 오늘은 잘 보이는 별이 가득한 하늘.
마키쨩, 별 좋아했었지… 별똥별, 같이 찾았었잖아.
아아, 봐, 또.
떠올리고, 애달퍼진다.
상처입히고 도망친건, 니코, 인데
「저기~, 진짜로 괜찮아?」
따라온 남자에게 팔을 잡혔다.
아, 이거… 전에도 있었다. 마키쨩하고 다시 만난 날에, 있었다.
꽉하고 팔에 힘이 모이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서, 무서워진다.
싫어, 싫어…
무서워,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
「괘, 괜찮아요!」
「진짜로 쉬다 갈까? 응?」
「괜찮다니까요!!」
팔을 떼어내려 열심히, 힘을 내지만, 전혀 의미가 없다.
저항하는 니코에게 상대가 점점 짜증내는 게 전해져 온다.
이런거 어렵다. 상대의 감정이 보여 오는 거, 진짜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괜찮잖아. 별로. 그녀석의 아는 사람이고, 그럴 생각으로 오늘 참가한잖아?」
「아, 아니야」
「진짜로, 나, 마음에 들어 버렸다고, 니코쨩이」
친한 듯이, 이름 부르지마.
만지지마, 가까이 오지마.
껴안으려고, 하지마
무서워.
무서워… 마키쨩…
「살려줘, 마키쨩…!!」
이름을 부르고, 깜짝 놀랐다.
눈앞의 그는 눈이 점이 되어 있다. 뭐? 누구? 라고 물어온다.
큰일났다, 어째서
어째서 이름, 불러 버린거지…
도와주러 올 리, 없잖아.
그렇게 심한 짓을 한, 니코한테.
도망친 니코를, 쫓아와줄 리, 없어.
어쩐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이 너무 뒤죽박죽 꼬여서 잘 모르겠다.
눈앞의 그는… 변함없이 히죽거린다.
기분, 더러워.
싫다, 이래선 그때랑 정말로 똑같아.
혼자서 벗어나야 해.
지금까지 힘내서 왔는 걸… 혼자서… 힘내야 해…!!
「이봐…」
시야가, 기우뚱. 눈물 색.
갑자기 나타난 그 뒷모습이 가로등의 오렌지빛을 짊어지고, 반짝, 거리고 있었다.
「…내 공주님을, 만지지 말아 줄래?」
있잖아, 어느새 그렇게 커진 거야?
니코가 살려달라고 생각하면 날아와 주는 거야?
니코가, 지금 필요한 건 역시… 마키쨩, 인걸까.
당당하게 나타난 마키쨩은, 처음 도와줬을 때하곤 조금 달라서
교복을 입고, 조금 떨고 있었다.
묘하게 냉정한 머리로 마키쨩 무서운 걸까? 하고 생각한다.
「니코쨩, 도망갈 거야」
「어!? 어!?」
「도망치는 게, 이기는 거, 잖아?」
뒤돌아본 굉장히 멋진 마키쨩에게 팔을 붙잡혀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를 놔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끌어당겨지듯 따라간다. 다리가 엉킨 것 같으면 마키쨩이
뒤돌아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언제든지 쫓기고 있던 그 뒷모습
지금은 이제… 니코의 시야 가득히 번지는… 커진 마키쨩의, 뒷모습.
하아하아, 하고 숨이 찬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건 니코의 집 앞.
작은 아파트 2층. 문앞에서 마키쨩하고 숨을 가눴다.
자신의 방문에 등을 대고 마키쨩 쪽을 돌아본다.
팔자 모양이 된 눈썹. 흔들리는 아름다운 머리카락. 땀이 난 피부.
하지만, 눈동자는 계속 니코를 본 채여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읏… 마키쨩… 어, 째서」
간신히 숨을 가누고, 그녀에게 의문을 부딪친다.
어째서, 와줬어, 어째서 살려줬어.
그렇게 심한 소릴 했는데, 어째서, 라고
계속 하고 싶은 말은 좀처럼 잘 나와주지 않는다.
입을 뻐끔거리며 계속 움직이고 있자, 마키쨩은 과장되게 어깨를 움직이며 한숨을 쉬었다.
「위기에 처하면, 구한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문에 기대고 있는 니코에게 바싹 다가와
큰 소리로 문에 손을 짚고 접근해 온다.
「그럴려고… 큰 거야」
그 시절과 역전된 키차이때문에 창피할 정도로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왔다.
니코의 귓가에서, 속삭인 말은 굉장히 아름다운 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가까워, 마키쨩.
너에 대해서, 잊고 싶어서, 도망치고 싶어서… 다시 만나기 전의 니코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눈앞에서 그렇게 눈동자 흔들지 마.
「…포기할 줄 모르는 점, 안고쳤어?」
「고쳐질 리 없잖아.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일 거야… 10년씩이나 포기 안했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부드럽게 웃는다.
상냥하게 대하지마. 그날, 니코 상처입혔다구?
분명히 힘껏 어른스러웠던 마키쨩을, 친척아이, 라고 말했고.
그런식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고.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선
이렇게 멋있게 마음을 휘저어 버리는 걸까.
어른은 여유가 있는 게 아니야.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못본척해 가는 걸로 어른이 되는 거야.
상처입는게 무서우니까, 도망치는 거야.
밀쳐내야한다.
힘껏, 밀쳐내서 더는 쫓을 수 없도록.
나이차이라든지 그런거 전부 이유로 삼아서말야, 니코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야만 해.
「그만해, 마키쨩. …니코, 마키쨩을… 싫…」
「이거」
「…어?」
「…나중에 읽어. 그리고나서 해. 지금부터 하려고 한 말은」
뭔가를 헤아린 마키쨩이 몸을 떼어내고 주머니에서 예쁜 편지지를 꺼낸다.
…랄까, 종이? 맞지?
마키쨩에게 손을 붙잡혀 억지로 건네받는다.
예쁘고, 예쁜 새하얀 편지지를.
마키쨩은 어안이 벙벙한 니코를 보고 조금 부끄러운듯 시선을 자유로이 했다.
「이제, 익숙하니까」
「뭐가?」
「니코쨩 쫓아다니는 거. 붙잡는 것도. …그러니까, 얼마든지 상처받아도 멀쩡해.
일부터 상처입히려고 해도, 의미 없으니까」
「…뭐야, 그거」
「부탁이야. 그거 읽어줘. 시간, 없으니까…. 부탁할게」
부탁해, 하고 마지막으로 양손으로 니코의 손을 감싼다.
그리고 니코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떨어뜨린다.
아아, 입술 부드럽다. 옛날에, 닿은 입술하고 별로 다르지 않네.
어린애네, 마키쨩. 기분 밀어붙이는 거 익숙해.
「그럼, 갈게」
슬쩍, 몸이 떨어져 간다.
마키쨩의 온기가, 떨어진 순간, 밤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만다.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너무 강하다.
「편지, 같은거… 볼 리… 없잖아…」
예쁜 편지지를 꽉 쥔다.
이런 때에, 이건 뭔데. 분명히「 좋아해」라든가 그런거 써있을 거잖아?
문에 기대고 있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서, 털썩 지면에 주저앉아 버렸다.
밤하늘은 그다지 올려다본 적 없지만
오늘은 잔뜩 별님이 보인다.
자신이 너무도 작다고 느껴졌다.
예쁜 편지지, 안에 가득 차있을 틀림없이 반짝거리는 연심.
오늘의 별님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겠지.
외톨이 공주님이, 그걸 받아들일 리 없어.
왜냐하면, 니코는 공주님같은게 아닌걸, 마키쨩.
아름다운 유리구두도, 호박마차도, 예쁜 드레스도 없어. 그냥, 한사람의 여자아이야.
너처럼, 멋있게 사랑을 마주볼 수 없어.
왜, 눈물이 나올까.
울어도 의미같은 거 없는데.
어째서, 곁에 있어달라고 생각하는 걸까.
말할 수 있을 리, 없는데.
변함없는 이튿날 숙취.
회사에 가자 후배가 대단히 언짢은 얼굴로 니코를 봤다.
「안녕…」
「선배, 어제 그러고 괜찮았어요?」
「어?」
「…죄송해요. 이상한 자식 붙여 버려서요」
어쩐지 언짢은 이유는 니코를 바래다준 남자한테인 것 같다.
그자식, 형편 없죠. 라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배 보내준 다음에, 가게로 돌아왔더라구요. 어디 데리고 들어갈라했는데
이상한 고등학생하고 얽혔다고」
「아, 아아…」
「무~지 열받아서, 하이볼 부어버렸다니까요!!」
죄송했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사과받았다.
별로 괜찮아라고 미소를 만들고 자리에 앉았다.
부장님한테 받은 자료를 대충 보며, 컴퓨터를 마주본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 공주님을, 만지지 말아 줄래?』
어제 그녀의 얼굴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편지는 아직 읽지 않았다. 가방에 들어 있다. 결국, 읽을 용기가 없었다.
뭐하고 있는 걸까, 니코.
이런 것만, 요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선배… 잘됐네요」
「하아? 뭐가?」
「왕자님, 구하러 와줘서요」
엑, 하고 옆을 보자 히죽거리는 얼굴을 한 후배.
「저, 꼭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에, 아니, 뭐가?」
「친척 아이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구요~. 그게, 그때 전혀 달랐으니까요.」
「하아? 무슨 얘기야」
「선배, 그 애랑 있을 때, 지금까지 중에 제일 귀여웠으니까요. 아, 선배 저 애 좋아하는구나라고요.」
딱 잘라 들어 버렸다. 전부, 말로 꺼내나와져 버린다.
말해 버렸다, 같은 표정으로 후배가 또 웃었다.
키보드를 치는 손이 멈추고, 손이 떨렸다.
「…뭔데, 그거. 웃을 소리가 아닌데」
힘껏, 후배를 노려봤지만 전혀 효과 없음.
장난스런 얼굴로 주스같은 걸 마시며 못 들은 척을 한다.
「선배는 알기 쉬우니까요. …고민할 시간있으면 고백하면 될텐데」
「야, 일하는 중이거든」
「일보다 중요한 거여서 말한 겁~니다.
뭐랄까 여러가지 신경쓴대도 사랑에 빠지면 다 소용없죠」
그럼, 차 타올게요, 라고 후배가 일어섰다.
가방 속의 하얀 편지지를 보자… 어쩐지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편지지의 옆에 있는 휴대전화 화면이 빛났다.
…이런 때에, 뭐야.
휴대전화의 화면엔 변함없이「토죠 노조미」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아~ 정말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하아, 이번엔 뭐야. 니코, 바쁜데.
「여보세요…」
「얏호~. 니콧치, 지금 개안나?」
「…너말야, 이 시간, 무지하게 일하는 중이라고 말하잖아」
「음~ 근디, 중요한 일이꼬,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말이재」
「하아. 짧게 해.」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오가는 사람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여전히 느긋한 목소리가 머리에 조금 울린다. 숙취같은 거 언제부터 생기게 됐더라.
「니콧치의 왕자님, 멀리 가버린다꼬 하더래이」
「…………하?」
「우선, 보고대이. 아~아, 불쌍한 니콧치. 데리러와준 왕자님한테 마음을 못열어서
왕자님 놓쳐 버리는구마. 그 아 이상으로, 니콧치를 소중히 해주는 아, 있을 리 없는디~」
줄줄이 계속 말하는, 노조미. 이쪽의 기분따위 어찌 되건 계속 이야기한다.
잠깐만, 지금 뭐하고 했어? 멀리라니 뭐? 저기, 무슨 소리야?
「잠깐, 멀리라니… 무슨」
「정말~ 자꾸 도망만 치는 니콧치한테는 안 알려준대이. 뭐, 해외라도 요새는 떨어진대도 개안나앙카나」
「뭣!? 해외!? 자, 잠깐만 노조미」
「마키쨩 오늘 종업식 끝나면, 얼로 가버린다꼬 한대이~ 유학이라재~ 섭섭하대이」
눈앞이 기우뚱 일그러진 것 같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다.
느긋한 노조미의 목소리가, 열받는다.
뭐야 그거, 못들었는데. 말해준 적 없는데.
『시간, 없으니까』
아…, 하고 어제 들은 말이 뇌 속에서 되살아난다.
저기, 어떻게 된 거야? 해외? 하? 멀리?
의미를 모르겠잖아…!!
「니콧치, 왕자님은 처음부터 왕자님일 거 같나?」
「하아!? 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공주님이 왕자님을 뒤쫓아가는 것도, 있지 않나?」
「자, 잠깐만!!」
고럼~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전화가 끊긴다.
몇번이고 귀를 대도, 무기질한 통화 종료음이 귀에 울릴 뿐이다.
뭐냐고… 모두, 제멋대로잖아.
후배도, 마키쨩도, 노조미도… 모두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말야.
잘 모르겠는 것만 말하고,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니코야말로.
외톨이는 더는, 싫다고 생각해.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 있길 바란다고 느끼고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해준다면 좋겠다고 느끼는걸.
어린애였어, 마키쨩. 엄청 어린애였다구.
『도넛, 먹고 싶어』
『마키쨩 도넛 먹는 법 서투른데도?』
초콜릿, 입 주변에 묻히고말야, 먹는 거 서투른 마키쨩의
입가, 손수건으로 닦아 주고… 그 애를 위해서라면 그때, 뭐든지 할 수 있었어.
그 시절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키쨩에 대해서도, 남의 눈이라든가 그런 것도.
하지만, 왜… 이렇게 도망치기만할까.
잘 모르겠어.
『시간, 없으니까』
니코야말로 더는, 시간 없어.
금새 아줌마가 돼버릴 거야. 안돼, 이걸론….
비참해서 울 것 같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위를 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눈앞의 일… 키보드… 자료…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
매일, 매일 같은 걸 반복해서…매일…매일.
아아, 안돼.
이걸론, 전혀 즐겁지 않아.
『마키쨩, 니코 얼만큼 좋아해~?』
『이, 이만큼 좋아!』
크게 양손을 벌려서 옛날의 마키쨩이 말한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찾으러 와준 마키쨩이, 옛날에 말해 주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왜? 자신이 너무도 망가져서?
소심하고 겁쟁이라… 도망치기만 해서?
가방속 하얀 편지지가 눈에 띄었다.
눈물로 시야가 일그러지기 전에 그걸 손으로 잡고 주머니에 넣는다.
「잠깐, 커피 마시고 올게」
「네~」
옆자리의 후배에게 한마디하고, 식당으로 달려간다.
아직 점심 전의 식당은 아무도 없다.
반짝반짝, 태양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마키쨩에게 어제 받은 편지를 열었다.
「뭐가 써있다는 건데…!!」
지금의 니코는 분명, 주변에서 보면 혼잣말만 하고 있고
눈물 흘리고 있는, 아마 의미를 모르겠는 사람일 거다.
이젠, 전부 상관없어.
누가 뭐라고 생각해도.
전부 상관없어. 있잖아, 마키쨩… 어떤 마음으로 편지 썼어?
편지지에서, 하얗고 아름다운 글씨가 가지런히 써있는 그 편지를 읽자, 가득 감정이 밀려왔다.
정말… 바보.
「니코쨩에게
쭉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10년 찾고, 겨우 찾아내서 기뻤어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아마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여러가지 전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미안해요, 정작 쓰려고 하니
이것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
이런 거하면, 또 어린애같다고 놀릴 건가요?
하지만, 쭉… 정말 좋아했습니다.
마키가」
울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떨어지는 걸까.
별로 운 적 없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흘러나오는 걸까.
이젠말야, 무리야.
이렇게 예쁜 글씨로, 이렇게 서투른 편지, 쓰여져 있으면….
게다가 유학이라든지 해외라든지 한마디도 안써있는데.
어떤 가능성을 건거야? 잔뜩 들었어, 그 소리.
뭐냐고, 정말…
이젠말야, 니코야말로 전하고 싶어졌어.
무시할 수 없는 걸, 자신의 마음, 마키쨩의 마음.
아아, 정말!
어른은 왜 이렇게 귀찮은 거야… 아니, 니코만 그래!?
니코는 정말이지 귀찮은 인간이야….
정말, 좋아해… 바보야.
「부장님! 오늘 돌아갈게요」
「하아!?」
「후배가 전부 해줄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착실했던 근무태도로 용서해주세요!」
서둘러 사무소에 돌아가 부장님에게 큰소리로 고한다.
눈이 동그래진 사이에 가방을 들고,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후배에 책상으로.
놀란 후배의 얼굴이 굉장히 이상하다.
아아, 뿌리치면 어떻게든 된다.
「선배!」
「왜! 지금까지 여러가지 알려줬잖아! 할 수 있지?」
「뭐가 뭔지 잘 무르겠지만, 힘내세요!」
「……윽! 고마워!」
정말 모두 성가셔.
니코가, 그렇게 좋은 거야? 니코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
어린애같은 얼굴로 웃고말야, 후배도.
뭐~야, 어른은 편리하네.
어른이 되면, 언제든지 어린애가 될 수 있어.
어렸을 때는 어른 되고 싶다한들, 할 수 없었는데.
재밌네, 이런 거….
더는 고민하지 않아.
그런 편지밖에 못쓰는 굉장히 니코를 좋아하는 마키쨩의 품에 뛰어드는 거야.
해외? 잘 모르겠지만, 뭔데 그건?
못들었으니, 제대로 들어야 해.
기다려라고 말해도 안기다릴 거니까.
니코는… 마키쨩하고 달라서 못기다리는 인간이야…! 기다리게 하는건 할 수 있지만.
봐, 제멋대로지? 이젠, 이게 니코니까, 받아들여줘야 돼.
뛰기만한다, 요즘. 뛰어봤자 그렇게 시간 차이 안나지만.
힘껏 뛰고 싶었다, 지금.
너덜너덜한 손목시계를 보자 아직 오전 중이다. 분명히 종업식이 막 끝났을 거다.
고등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놀란 표정을 지으려나? 아니면 또,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까?
그렇다 해도 어떤 마키쨩이라도 상관없다.
제대로, 사과하고, 제대로 말하고 싶다.
좋아한다…고.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모교.
회사를 나왔을 때는 오전 중이었는데, 최악이다… 전차 지연이라든지 여러가지 겹쳐서 도착한 건
벌써 점심이 지나 오후가 되어 있었다.
아직 있을까? 고등학생은 종업식 끝나면 돌아가 버리지?
그래도, 조금 운명을 느끼고 있으니까, 오늘.
아마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직원에게 인사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마키쨩은 1학년. 어디 있을까.
앞에서 마키쨩하고 같은 색의 리본을 달고 있는 두명의 여자아이가 걸어 온다.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지… 아니 근데, 니코가 물어보면 이상하지 않나?
아아, 정말! 그런거 생각하고 있을 시간 없다니깐.
「저기!」
「네…네」
「니시키노 마키쨩, 어디 있는지 알아요?」
어…그러니까 두명이 눈을 깜박거린다.
뭐야, 그렇게는 유명하지 않은가. 그렇게… 멋진데.
「혹시…」
「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키쨩이라면 음악실에 있어요!」
「고, 고마워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나간다.
뒤에서 그녀들의 목소리가 조금, 들렸다.
「지금 그거, 마키쨩의 공주님일까냐?」
「하지만, 트윈테일은 안했는데?」
그녀석… 친구한테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어쩐지 재미있어져서, 뒤돌아 그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키쨩의! 공주님이야! 고마워!」
니코가 했지만 쪽팔린 대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즐거울까.
아아, 그렇구나.
마음이랑 마주하면, 이렇게 즐거운거였어.
니코, 마키쨩한테 항상 배우기만 하네.
음악실이 어디였지? 하고 찾으려 했지만, 금방 알았다.
아름다운 음색이 니코를 이끌어 준다는 기분이 들었어.
피아노, 좋아한다고 했었지. 정말 열심히 항상 연습했었잖아.
역시, 마키쨩한테는 피아노 음색이 잘 어울려….
니코가, 정말 좋아하는 왕자님.
쫓아왔어, 마키쨩.
「마키쨩!」
문을 연 동시에 불렀다.
피아노를 치고 있던 마키쨩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근사한 미소로.
「왜~?」
뭐여, 여유로운 미소란 거야?
진짜… 연하인 주제에 건방지다니깐.
갖가지 표정으로 니코를 갖고 놀고… 쫓아오고… 붙잡고 싶은 거지?
있지, 이미 벌써 붙잡혀 있는데?
너를 껴안았던, 그 작은 시절부터.
「편지…!」
「아아, 읽어줬구나? 미안」
「어?」
갑자기 사과받아서 놀라 버렸다. 마키쨩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안해. …정말 좋아해, 밖에 못썼어」
콩닥하고 가슴이 뛰어오른다.
이젠, 니코 멈출 수 없잖아….
「저기… 멀리 간다고 아까 들었는데」
「…아아」
피아노 의자에서 마키쨩이 일어나, 니코에게 다가온다.
니코도, 지지 않고 마키쨩에게 다가간다.
이제, 스스로 나아갈 거야. 괜찮아, 니코도… 너에게 닿고 싶어.
「…아빠의 권유로」
「저, 정말로 가?」
「전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시기는 조금 빨라졌지만」
「…뭣 …애초에, 편지에도 안써있고, 의미를 모르겠어!
갑자기 나타나선 좋아한다든지 말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거야!?」
잇따라 목소리가 커지는 걸 알았다.
마키쨩의 얼굴이 조금 곤란한듯 일그러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니코, 어른답지 못한가? 하지만 괜찮잖아?
니코도, 어린애처럼 여러가지 전하고 싶어.
「니코쨩… 나, 널 찾아내서, 다행이야. 널 계속 찾고 있었어」
「…뭣… 이야기가 딴 데로 흐르는데요!」
「니코쨩, 외톨이였다고 에리가 말했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듣지 못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여러가지 들려줘. 지금까지의 일, 하고, 앞으로의 일」
혼자, 괴로웠던 때의 일이라든지 전부 꿰뚫어보고 웃는다.
별로 외톨이였던 건 아니야, 친구 잔뜩 있었는 걸.
하지만, 함께 할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야. 혼자서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정이 질척거리며 여러가지로 강제로 닥친다.
머릿속이 혼란해서, 눈물이 뚝뚝 나온다.
외롭지 않을, 리 없다.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아니고
마키쨩이.
곁에 있길 바래….
「마키쨩…」
「…왜」
「니코, 얼만큼 좋아해?」
뚝뚝 나오는 눈물이 방해돼서 어쩔 수가 없다.
얼굴을 들고, 마키쨩을 보자, 더 이상 없을 만큼 크게 미소를 만들었다.
그때랑, 똑같다.
「이만큼, 좋아해」
크게 양손을 펼친다.
어느새인가, 다리가 향하고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힘차게 걸어 나가자 폭하고 그녀의 품속에, 뛰어들어 있었다.
꼭하고 껴안긴다. 이젠, 이 품속에 있을 수 있다면 뭐라도 상관없다.
「바보야… 왜 그렇게 변하질 않는건데」
「어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니코를, 좋아하는거야…」
자신이 뛰어든 그녀의 가슴속이 따스해서
외로웠던 감정이든지 전부, 전부 사라져 버린다.
「니코쨩밖에, 좋아하게 된 적 없으니까」
「어?」
「…몰라. …쭉, 니코쨩이 좋았어」
왜, 냐고 물어봐도 곤란해, 라고 마키쨩이 웃는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제 흘러넘치는 감정, 말이 멈추질 않게 됐다.
「니코, 무지 연상이야? 마키쨩이 20살일 때 아줌마다?
옆에서 걸으면 싫다고 생각할 거야 분명히」
「니코쨩은 몇살이 돼도 귀여우니까 괜찮아. 분명 근사하게 나이 들거야」
「니코가 먼저 죽는데? 외롭다고 느낄거야, 분명히」
「그건 슬프고 외로울테지만, 네가 보낼 마지막 하루까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행복하다고 생각해」
「어린 애가 좋다고 절대로 생각할거야」
「생각한 적 없으니까, 괜찮아. 쭉 니코쨩이 좋다고 생각했었어」
꼭하고 껴안기자 더는 숨을 못쉴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이상, 뭔가 말할려고 하면 또 키스할 거야」
「…응」
「어?」
「해, 키스. 있지…」
―― 좋아해
처음으로 입으로 꺼낸 말의 음색에 자신도 놀랐다.
이 말은 이렇게 다정한, 소리였구나.
전해졌을까, 하고 얼굴을 들자 마키쨩의 눈동자가 출렁였다.
아, 전해졌나보다. 아까까지 여유부리던 주제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역시, 여유로운 미소를 금새 만든다.
「공주님의, 분부대로 하지요」
껴안긴 채로, 한손이 뺨에 닿고
천천히, 천천히 입술이 다가온다.
이 키스로 눈떠 버릴지도 모른다.
진실한 사랑, 에.
아니, 벌써 이미 눈뜨고 있어.
니코, 마키쨩을 좋아해.
겹쳐진 부드러운 입술이 사랑스럽게, 몇번이나.
두사람, 눈을 마주치고는 또 웃으며 키스를 한다.
마키쨩의 품속에서 몇번이나.
정말 좋아해, 라고 서로 말하면서.
오랫동안 키스를 되풀이하다 다시 한번, 니코는 말로 꺼내기로 했다.
얼굴을 똑바로 보고, 그녀에게, 보내줘야 해.
「마키쨩… 정말 좋아해」
「어쩐지… 니코쨩한테 들으니, 쑥스럽네」
「뭐야! 지금까지 여유로웠으면서!」
「미안, 계속 좋아했으니까… 그, 기뻐서」
기쁜듯 웃는다.
그렇게 기쁘다면, 앞으로 몇번이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말할 수 있던 적이 없었던, 이 말을, 몇번이고… 앞으로도…
응? 앞으로?
「랄까~! 마키쨩! 아까 유학이라고」
「아, 아아. 갈건데」
「아니 잠깐 기달려봐! 어디로!? 언제!? 또 헤어지는 거야!?」
「니코쨩… 기뻐 죽겠는데 그 표정이라든지 리액션이라든지」
아하하, 하고 크게 웃은 마키쨩이 니코를 껴안는 팔에 가득 힘을 실었다.
연인같아서 기뻐, 라고 귓가에 중얼거리자, 아니… 그 연인 맞는데…라고 대답하며 조금
부끄러웠다.
아니아니, 그거 말고! 중요한 거잖아!
왜냐하면, 지금 그… 그러니까, 맺어졌잖아! 지금!
기다리게 만든 건, 니코지만. 갑자기 또 사라진다니 말이 안되는데.
유학이라니 뭐야! 라는 이야기. 그거 하고나서, 다시 안아줘.
「유학이라고 해도 단기야. 한달하고 돌아와」
「……하아? 한달…?」
「유학가기 전까지, 니코쨩의 마음 듣고 싶어서 초조했었는데, 다행이야」
…한달입니까? 그렇습니까?
그자식… 노조미… 이 세상의 끝같은 소리나 하고….
뭐, 덕분에 솔직해졌다 해야하나 자신의 마음하고 마주봤지만.
아니, 마키쨩도말야, 좀 과장되지 않았어? 시간이 없다든지… 뭐, 상관없지만.
「있잖아, 니코쨩」
「…왜」
「잘 기다려 줄거야?」
「한달정도, 괜찮아」
「그게 아니고… 내가 앞으로 더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마키쨩은 니코한테서 떨어져,
니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왕자님처럼, 니코의 왼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내가 좀 더 어른이 되면 이 손가락에 근사한 반지를 끼워줄테니까」
「…읏」
「나, 의사가 될거고 미래는 안정적이야. 무엇보다, 니코쨩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할 거야.」
「응…」
「그러니까, 결혼하자, 니코쨩」
왼손의 약지에 마키쨩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반지같은 거, 아직 필요없어.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너의 사랑이 있으면… 니코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는 너의 사랑이 있으면 이젠 충분해.
「응… 할게」
눈물은 얼마나 흐르는걸까.
내일, 눈 부으려나.
「마키쨩이야말로, 어린 애가 좋다고 바람피면 안돼」
「또 그 소리야? 할 리가 없잖아… 있지, 니코쨩」
세상에서 제일, 네가 좋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여유로운 미소로 그렇게 말하면, 더는 믿을 수 밖에 없어서, 기쁨밖에 없어서
니코는, 힘껏 끄덕였다.
붙잡았어, 행복을.
붙잡혔어, 너한테.
도망치기만 했던 니코가, 꼭 껴안겨졌어, 강하게.
계속 함께 있는다고 몇번이고 맹세할게. 더는 아무것도 신경 안써.
마키쨩의 곁에 있는 건, 계속 니코뿐이야.
이젠, 괜찮아. 도망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마키쨩.
이런 니코를 영원히, 붙잡고 있어줘. 한눈팔지 못하게해야 돼.
겁쟁이가 되고, 울기도 하지만 껴안아줘.
옛날엔, 니코가 구부리지 않으면 안을 수 없었지만
이제, 마키쨩은 니코를 언제라도 안아줄 거잖아.
저기, 정말 좋아해.
몇번이고 소리를 내고 싶어.
있지, 마키쨩.
사랑해.
부드럽게 둘이 웃으며 다시 서로 껴안는다. 영원히 키스하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왜 이렇게 간단한 걸, 간단한 마음과 마주보지 않았을까.
「엄청, 행복…할지도, 마키쨩」
「당연하지. …앞으로도, 행복할 거야 분명히」
아아, 멋있네 정말.
어렸을 때랑은 전혀 달라… 분명히 니코가 좋아서, 잔뜩 고민하다 여기까지 데리러 와준 거지?
「고마워, 데리러 와줘서」
「…응. 백마도 아무것도 없고… 행복하게 해줄 자신밖에 없지만」
사랑해라고 다시 귓가에서 속이면, 어쩐지 해피엔드 같아서 낯간지럽다.
이 연하 아이한테 쭉 손을 잡아달라 하자.
불안해지면 금방 안아달라 하자. 가끔은 옛날처럼 응석을 받아주자.
잔뜩, 잔뜩… 지금까지의 몫까지 서로 끌어안자.
니코, 외로운 건 오늘로 끝냈습니다. 고집을 부리는 것도 관뒀습니다.
겁쟁이도 하는 김에 졸업.
앞으로는, 큰소리로 잔뜩 외칠 거야. 사랑해! 라고 어린 아이처럼.
「니코쨩, 근데」
「…왜」
「……그, 유학 출발이 다음 주인데말야」
「…응 …기다릴게」
「…전화할게, 매일.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뭐가? 라고 마키쨩을 보자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뭐야,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여느 때처럼 멋있게 전해줘.
「그 전에… 더 니코쨩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아, 응. 그럼,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잔뜩, 이야기 하자. 내일도 모레도 같이 있자?」
「…윽!!」
「어?」
「…내가 싸워야 할 건… 이성일지도…」
이상한 마키쨩이네.
새빨개진 그녀의 손을 오늘은 니코가 끌고 돌아가자.
계속, 앞으로, 함께야. 마키쨩.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왕자님. 공주님을 잔뜩 앞으로도 귀여줘해줘.
둘이서 보물을 잔뜩, 잔뜩 만들어 가자.
니코, 마키쨩이, 보물이야.
마키쨩도… 니코를 쭉 보물로 해줘. 소중히, 해줘야 해?
Are you Ready? Lady? Ready Go!
Oh...Flee but wins? No,No...Prince and princess Catch the love !!
Ready to Run My Love...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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